"전기요금도 못 낼 판"
울산 현대중공업 앞 식당가 손님 찾아보기 힘들어
부산 녹산산단 광고판은 공장 매물 전단지로 빽빽
전남·충청 석유화학공단, 업황 좋아 그나마 '콧노래'
집값 오르고 공장 증설 러시
[ 김보형 기자 ]
1일 오후 7시 울산 서부동에 있는 현대중공업 앞 식당가. 긴 추석 연휴로 출국 행렬이 북새통이라지만 이곳은 포탄이라도 맞은 듯 썰렁했다. 맥주가게 주인 김만식 씨(58)는 “현대중공업 바로 앞 식당가라 외환위기 때도 불황을 타지 않았는데, 지금은 전기료도 못 낼 형편”이라고 했다.
한가위 연휴를 맞았지만 전국 산업단지와 공단에는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제조업체가 밀집한 영남권이나 인천 등에선 “현장의 체감경기는 바닥”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전남 충청 등 최근 실적 개선이 눈에 띄는 석유화학기업 밀집지 정도만 숨통이 트인 분위기다.
◆부울경, 경기 추락과 임금 체불
조선뿐 아니라 플랜트, 자동차산업 등의 불황이 겹친 울산은 우울한 분위기가 압도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최근 단체협상 교섭을 전면 중단하고 강성 집행부를 출범시켜 우려를 더한다. 불황 장기화로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도 포스코플랜텍 등 20~30개 공장이 매물로 나왔다.
거제 창원 등 경남권 경기도 싸늘하다. 체불 임금이 급증해 가장 긴 추석 연휴는 ‘최악의 연휴’가 되고 있다. 거제 삼성중공업 앞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이 밀린 임금 9억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창원산업단지의 한 중견자동차 부품사는 현대·기아차 파업 탓에 올 매출이 100억원 이상, 50% 가까이 급감했다. 도미노 영향으로 2·3·4차 협력업체가 입은 타격은 1차 협력사보다 훨씬 크다.
부산 제조업의 중심인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광고판은 공장 매물 소개 전단으로 빽빽하다. 매물이 팔리지 않아 공장 임대료도 20% 이상 급락했다. 이곳 수출이 30%가량 급감하고 있어서다. 경북 구미산업단지도 최악의 상황이다. 작년까지 70%대에서 버티던 공단 가동률이 올 6월 70% 아래로 떨어졌고, 7월에는 65%까지 밀렸다. 구미의 한 기업 대표는 “낙찰가가 너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은행들이 경매 물건을 한꺼번에 못 내놓을 정도”라며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때 못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 충청 제조업 경기도 바닥권
자동차 부품사가 많은 인천지역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에 따르면 8월 105이던 인천지역 경기전망은 9월 들어 9포인트 떨어져 98로 밀렸다. 특히 협력업체 고용인력까지 합해 3만 명이 넘는 한국GM의 철수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지역 경제계는 불안한 연휴를 맞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산업단지의 자동밸브 전문기업 대표는 “뉴스에서는 수출 증가 소식이 들리지만 체감경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작년보다 매출이 30~40% 이상 줄어든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청권 제조업체도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충남의 최근 기업경기 실사지수는 76으로 기준치 1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내수 부진과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 자동차 부품회사 관계자는 “국내차 내수 부진, 수입차 증가, 업계 부분 파업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여수 서산 등은 ‘콧노래’
사상 최대 이익 행진을 이어가며 ‘슈퍼 사이클’을 맞은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전남 여수와 충남 서산 일대 일부 지역에선 콧노래가 들린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GS칼텍스와 LG화학, 여천NCC 등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가 입주해 있다.
두둑한 성과급을 받은 임직원이 부동산 매입에 나서면서 인근 아파트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여수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18만원(9월 말 기준)으로 작년보다 31%(123만원) 뛰었다. 한화건설이 지난달 22일 여수시 웅천지구에 분양한 ‘여수 웅천 디 아일랜드’ 오피스텔은 171실 모집에 7181건이 접수, 경쟁률이 42 대 1에 달했다. 여수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 호황에 힘입어 지역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는 증설도 잇따르고 있다.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등 여수산단 내 6개 기업이 2조6000억원을 투자해 66만㎡ 면적 규모의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 등이 입주한 대산석유화학단지 일대도 첨단화학 특화단지 조성 기대감에 훈풍이 불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달 대산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산·인천·대구·울산·경남·아산 전국팀 종합/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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