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국에서도 남미 원산 ‘불개미(독개미)’가 발견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입니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6개월 가량 앞서 남미산 독개미 공포가 번졌습니다. 이미 일본 사회와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상태이기도 합니다. 독개미에 물릴 경우,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어 ‘살인 개미’라고도 불린다는 점이 일본 사회의 공포를 키웠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영향이 적지않아 올 여름 살충제 제조업체들은 개미 퇴치제 생산을 크게 늘렸고 회사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30년만에 최고가로 주가가 급등한 업체도 등장했습니다.
일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올 5월 일본에서 독개미가 처음 발견된 이후 8월까지 11개 도·부·현(일본의 행정단위)에서 총 18건의 남미산 독개미(ヒアリ)발견 사례가 보고됐다고 합니다. 아직까진 대부분 수입 컨테이너가 하역된 항만이나 내륙의 컨테이너 이송시설 주변에서만 발견됐다지만 독개미에 대한 공포는 폭증한 상태입니다.
일본 정부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일본 환경부는 지난 8월 부터 9월초까지 정기 컨테이너 항로 역할을 하는 전국 68개 항만에서 서식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조사에서만 시미즈항과 히로시마항 등 두개 항구에서 독개미 발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앞서 중국 텐진을 출발해 나고야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의 내부에서 남미 원산 불개미가 약 1000마리 발견됐습니다. 그 중 1마리는 여왕 개미이었다고 합니다.
환경부는 남미 원산의 독개미 분별법이나 물렸을 때의 대처법을 정리한 계몽 포스터를 작성해 8월 하순부터 전국 각지의 학교나 병원, 주유소 등 7만개소에 총 15만장을 배치했다고 합니다. 포스터는 불개미가 몸길이 2.5~6㎜로 적갈색을 띄고 있다는 등 간단한 분별법을 강조했습니다. 개미를 만지지 말고 물린 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라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일본 교육부도 불개미에 대한 설명서를 작성해 10월부터 지자체와 항만 관리자를 대상으로 강습회를 열 계획입니다. 정확한 독개미 방제를 위해선 정확한 지식확보와 공유가 필수이기 때문이랍니다. 불개미가 발견된 시미즈항은 9월에 남미 독개미 대응 예산으로 5000만엔(약 5억원)을 배정키로 했다고 합니다.
국립 환경 연구소는 일본에서 채취 된 불개미의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으로 여왕개미 한마리가 둥지를 마련하는 유형인지, 여러마리 여왕개미가 한 둥지를 공유하는 유형인지 분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여왕개미가 여러마리일 경우, 대처에 더욱 시간이 오래걸리는 만큼 분석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내에서 갑작스런 남미산 개미의 침입으로 ‘호황’인 곳도 있습니다. 바로 살충제 제조 업체들입니다. 주요 살충제 제조사들은 올 여름 대규모 제품 증산에 나섰다고 합니다. 아스제약은 올 7월부터 살충제 제품 2종류를 증산했는데, 올 7~8월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으로 생산량이 늘었다고 합니다. 후마키라라는 회사도 8월 이후 생산분을 앞당겨 생산해 불개미용 살충제의 7월 생산량이 전년 대비 두자리 수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다른 회사들도 통상 휴한기인 올 여름에 살충제 생산을 결정했고, 최소 전년대비 생산량이 20%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관련 회사 주가도 올해 독개미 덕에 들썩였습니다. 후마키라의 주가는 올들어 7월까지 40%가량 오르며 30년만의 최고치를 찍기도 했습니다. 아스제약과 아산테 등의 주가도 독개미 등장 이후 한때 10%넘게 뛰었다고 합니다. 물론 여름을 정점으로 주가가 다시 조정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오랫동안 미동도 안하던 살충제주 주가에 활력을 넣었다는 평가입니다.
결론적으로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독개미 퇴치에 큰 성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