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북 제재강화' 국제사회와 엇박자 안돼

입력 2017-10-02 17:47  

"대화 기조는 지연전술에 말릴 우려
외교·경제압박으로 북한 변화시켜야"

조영기 < 고려대 교수·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핵미사일 무한질주 게임’을 멈출 기미가 없다. 그동안 김정은은 4차례의 핵실험을 했고 올해에만 17차례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 차례의 핵실험과 10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불사했다.

이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으로 대응해 왔다. 그동안 북한은 유엔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때문에 10차례 제재를 받았다. 이중 일곱 번은 김정은으로 3대 세습이 이뤄진 이후의 제재이며, 올 들어서만 해도 벌써 세 번째 제재가 가해졌다. 기존 제재에 새로운 제재가 부가·중과되면서 새로운 제재는 늘 ‘가장 혹독한 제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무한질주의 제동장치가 작동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제재에 구조적 허점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제재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내성을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지금처럼 악화되기 이전에 실효적 제재조치를 단행했더라면 이미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일에도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적 옵션은 없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한반도의 일촉즉발 국면에서 북한이 토해내는 거친 ‘말폭탄’의 이면에는 초조함이 배어 있다. 이 말폭탄은 전형적인 ‘벼랑 끝 협상전략’의 하나다. 유리한 협상환경을 위해 “북핵은 방어용이며 자위용”이란 명분을 축적하면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부정의(不正義)한 것으로 규정해 북한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유화전략도 병행한다. 이런 유화전략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피하고 핵미사일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가 목적이다. 북핵 위기 이후 25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북한이 2013년 개정한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기했다는 사실은 핵이 대화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화와 협상의 단초를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 7월 ‘베를린 선언’과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대화와 협상에 방점을 둔 선언이고 연설이었다.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달러 상당의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을 2년 만에 재개한다는 지난달 결정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취임 직후의 대화·협상 기조에서 지금은 제재·압박 기조로 전환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화와 협상을 서두를수록 북한의 대남 적화흡수통일 전략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에게 핵과 미사일은 주체사상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3대 세습 정권이 존재하는 한 북핵 폐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북한의 정상화’가 달성돼 북한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상황에서만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따라서 국제공조를 통해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북한의 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북 제재를 강화하려는 국제사회와의 엇박자는 경계대상 1호다.

조영기 < 고려대 교수·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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