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규제 나선 나라들
한국·중국 "다단계 사기 우려"
대만 "한국·중국서 막힌 투자금 증시·부동산 교란 우려"
[ 추가영 기자 ]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시장이 과열되면서 각국 정부가 규제 강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달 초 ICO를 불법으로 규정한 뒤 한국 정부도 ICO 전면금지에 나서면서 대만 정부도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중국과 한국에서 투자 기회가 막힌 자금이 대만으로 대거 흘러들어올 것을 우려해서다.
대만도 중국과 한국을 따라 ICO에 대한 규제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지난달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대만의 야당인 국민당 소속 제이슨 후 의원은 “중국과 한국에서 막힌 투자금이 대만 역내 증권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ICO는 올 들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손쉽게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으면서 자금이 몰렸다.
금융리서치 업체 오토노머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올 상반기 56차례에 걸쳐 ICO를 이용해 끌어모은 자금은 12억7000만달러(약 1조46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모집액(2억2200만달러)의 여섯 배로 불어난 규모다. 이 같은 열풍에 찰스 호스킨슨 이더리움 공동개발자도 “ICO 시장은 시한폭탄”이라고 시장 과열을 경고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미국을 위시한 일본 독일 등은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관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예를 들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7월 가상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을 이용한 디지털 계약(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거래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도 연방증권법으로 규제하기로 했다.
중국과 한국은 다단계금융사기(폰지사기), 세금포탈 등 ICO 시장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거래를 금지했다. ICO가 돈세탁, 테러자금 조달 등 불법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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