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가족들은 연예계에서도 사이가 돈독하기로 유명하다.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개그맨들 중에서도 같은 농구팀에서 활약중인 김재욱, 정범균, 황영진 씨는 자녀의 연령까지 비슷해서 온 가족이 만나면 소통할 거리가 많다고 한다.
문득 개그맨을 남편으로 둔 부인들은 얼마나 재미있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요리사는 집에서 부엌에 안들어가고 개그맨은 의외로 집에서 말을 한 마디도 안한다는데 그 속설이 들어맞는걸까.
명절에 일가친척이 모였을때 유머감각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웃음이 그칠 새 없는데 웃음 전도사인 개그맨이 남편이라면 늘 재미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개그맨 부인들의 육아와 명절맞이 일상은 어떤지 직접 만나서 들어봤다.
Q. 사이가 종말 좋아 보인다
김재욱 아내 박세미(이하 세미) : 일반 회사원들처럼 출퇴근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다보니 개그맨 농구모임 등 통해 가족끼리 어울릴 기회가 많다. 늦게 끝나는 날도 많지만 평일 점심 쉬는 날 많으니 시간되면 함께 어울리는 편이다.
Q. 남편들은 아이들이랑 함께 하는 시간에 어떤 모습인가
정범균 아내 박애진(이하 애진) : 남편은 공동육아를 선호한다. 쉬는 날이면 항상 아이들 데리고 가까운 데라도 나간다. 아이 혼자 보면 힘들지 않나.
세미 : 우리 부부도 집에 있는 걸 싫어한다. 단 하루도 집에 온전히 있었던 날이 없다. 눈뜨면 '어디갈까'가 서로 인사다. 남편은 아무리 피곤해도 '어디 가고싶은데 있어? 커피라도 마시러 나갈까?'하고 묻고 아이 풀어놓고 놀 수 있는 곳으로 주로 나가는 편이다. 책을 읽어줄 때도 저는 단조롭게 읽어주는데 남편은 진짜 돼지가 살아나올 것처럼 캐릭터를 잘 살려 읽어주니까 아이가 좋아한다.
황영진 부인 김다솜(이하 다솜) : 제가 놀아주면 심심해해서 아빠가 아이랑 공놀이하는 걸 좋아한다. 남편이 잭슨황으로 떴는데 노래 틀고 둘이 춤추면서 노는걸 좋아한다. 던지고 레슬링하고 몸으로 놀아준다.
Q. 개그맨 부인으로 살면서 속상했던 기억은
세미 : 연애할때 카페도 가고 맥주 한 잔 하러 가기도 하지 않나. 한 번은 심각하게 싸우는 중이었는데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인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심각한 얘기하고 있었는데 돌아서서 웃으면서 사진 찍어주는 모습 보니 속상했다. 저도 옆에서 이미지 관리해야 하니까 억지로 웃어야 하는 상황이 민망하더라.
애진 : 남편이 개그맨이라 속상한 적은 없다. 식당가서 알아보고 하시면 기분 좋았고. 아직까지 사고를 친 적이 없는 개그맨이라 그런지 그 흔한 댓글도 잘 없고...(웃음)
아 맞다. 말하다 보니 생각났다. 개그콘서트 한창 할때 사회 많이보는 역할이었는데 누구보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개그맨 임에도 불구하고 '정범균은 왜 사회만 보냐', '작가들이 다 써주는거 아니야?' 이런 댓글에 힘들었다.
다솜 : 요 근래 황영진 씨가 연예부 기자로 전향한 후 댓글을 보면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 진짜 열심히 노력하며 기사 쓰는데 '쉽게 기사 쓴다', '인지도 없으니 기자 한다', '인맥으로 취업했다' 이런 댓글 달리면 속상하다. 남편도 소심한 편이라 '머리 크다' 댓글 보면 '내가 정말 머리 커?'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제일 속상한 댓글은 '듣보잡', '너 누구냐'인것 같다. 나한테는 유재석보다 더 멋진 개그맨이고 MC인데 그런 말 들으면 속상하다.
Q. 황영진 씨는 최근 개그맨에서 텐아시아 기자로 전향해 화제가 됐는데
다솜 : 남편이 야심가다. 공개코미디에 가고 싶기도 하고 새롭게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스트레스를 한창 많이 받다가 2년 정도 행사위주로 활동했다. 좋은 기회에 성희롱 강사 자격증까지 따게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남들은 다 TV에 나오는데 남편이 안나오는 것 같아 다그치기도 했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그런 시기가 다 도움이 된 것 같다.
Q. 아이가 네 명인 지금 너무 정신이 없다(웃음). 노키즈존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다솜 : 어제도 세미랑 만나서 그 얘기했다. 엄마들보고 맘충이라고 하면 속상하다. 키즈카페 가면 우리가 봐도 실제 그런 분들이 있긴 하다. 전에 저도 경험이 있는데 아이가 다른 친구에게 심하게 계속 맞아서 참고 참다가 '그러지마'하고 좋게 얘기했는데 그 아이 엄마가 달려와 항의하더라. '보고 계셨으면 그 아이가 우리 애 때리는것도 보셨을거 아니냐'했더니 그건 못봤다면서 저한테만 화를 내서 결국 싸우게 된 적도 있다. 노키즈존이 만들어지게 된 게 이해는 되지만 엄마로서 안타깝다.
애진 : 아이들이 생기면서 애들 노는데 아니면 먹는건 사다먹자 주의가 됐다. 집에서 풀어놓고 편하게 먹는다. 며칠 전 루프탑 카페를 갔다가 노키즈존을 처음 봤다. 기분이 묘하더라. 엄마들을 맘충이라고 하며 아이동반 엄마들에게 극혐인 친구가 있었다. 근데 그 친구도 아이낳고 똑같아지더라(웃음). 그래도 다른 손님들 의식을 더 하게 돼서 식당가면 아이가 떨어뜨린 음식도 다 줍게된다. 서로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세미 : 너무 신경을 안쓰는 엄마들이 일부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긴것 같다. 다들 식사하시는데 기저귀를 갈거나 하는건 너무 심하다. 기본적인 매너만 신경썼어도 이렇게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Q. 추석 음식 준비는 어떻게 하나
애진 : 시아버지가 목사님이라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모두 부러움의 탄성). 만둣국만 만들고 딱 먹을 음식만 한다. 애들 데리고 당일날 하루 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신다.
세미 : 남편이 장손이라 차례 지내고 음식도 다 하지만 시부모님께서는 제가 어린데 결혼까지 해서 음식 차리는구나 싶어 부담 안주려 노력을 많이 하신다. 시어머니도 아직 일을 하고 계셔서 음식만 할 시간도 없으시고 하니까 일주일 전부터 혼자 조금씩 다 준비하시고 애만 잘보고 와서 전날 저녁 전이나 같이 부치자고 배려해 주신다.
다솜 : 남편이 형이 있는데 남녀 구분없이 음식을 나눠서 동등하게 하는 편이다. 결혼하고 바뀌지 않으니 명절 스트레스가 없다.
이때 옆에 있던 김재욱 씨는 "개그맨 남편과 결혼하면 명절 스트레스가 없는 걸로 결론이 났다. 일등 신랑감이다"라고 급히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3살부터 생후 60일 아기까지 총 4명의 아이가 대동한 개그맨 부인 3인방과의 수다.
식사를 겸한 2시간 인터뷰는 굉장히 유쾌하면서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분간할 수 없는(?)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약속이나 한듯 아이 간식을 빠트리고 왔다는 3인의 개그맨 미녀 부인들. 아이배냇의 유아과자 '베베스틱'과 '베베 곡물친구', 사과조아 냉동과일'을 사전에 미리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인터뷰를 어떻게 마무리 할 수 있었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박애진 씨는 어린이집에 있는 큰 아들을 픽업해야 한다며 한 손으로는 아이 손을 잡고 다른 손에는 기저귀가방을 실은 유모차를 밀며 자리를 떴고, 박세미 씨는 아들 문화센터 스케쥴을 소화해야 한다고 급히 떠났다. 김다솜 씨는 아들 입에 '베베끙아' 음료수를 물리고는 슬링 속에 있는 생후 60일된 딸에게 서서 모유 수유를 하는 신공을 보여줬다.
인터뷰 말미에는 "앞으로도 개그맨 김재욱, 정범균, 황영진 씨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입을 모아 외치며 빛나는 내조 또한 잊지 않는 그들.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김재욱 씨의 바램대로 개그맨은 최고의 신랑감이며 부인들은 모두 행복한 추석연휴를 보내는 것으로...^^
영상 문승호 기자 /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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