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히든피겨스 주인공 이름 딴 계산연구소 개소

입력 2017-10-03 08:58   수정 2017-10-03 08:58



(박근태 IT과학부 기자) 여성 수학자인 캐서린 존슨(99·사진)은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소련에 뒤처져 있던 미국의 유인 우주 계획을 성공시킨 산증인이다. 미국 최초 우주인이 그녀의 계산을 통해 탄생했고 인류가 최초로 달을 밟은 것도 그 덕분이다. 하지만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50년 넘게 그 업적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미소 냉전시절 우주 탐사경쟁에 뛰어든 흑인 여성 수학자와 과학자 세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히든 피겨스’가 올초 개봉하면서 이들의 업적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NASA도 뒤늦게 그의 탁월한 활약을 인정했다. NASA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랭리연구센터에서 캐서린 존슨 계산연구소 개소식을 열었다. NASA가 산하 연구시설에 미국 우주개발을 주도한 정치인과 백인 남성과학자 대신 흑인 여성 이름을 헌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계산연구는 존슨의 주 전공이다. 수학 영재였던 존슨은 차별을 이기고 흑인 여성 최초로 웨스트버지니아대 대학원을 나와 우주 궤도 탐사에 필요한 공식 계산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는 인간 컴퓨터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미국 최초 우주비행사인 앨런 셰퍼드가 1961년 탑승한 머큐리 레드스톤 3호 로켓 궤도를 계산했다. 미국 우주비행사 존 글렌은 1962년 우주선에 탑승하기 직전 “그 여자분(존슨)에게 숫자를 점검하게 해주세요. 그분이 옳다고 하면 출발하겠습니다"라고 한 말은 유명한 일화로 남았다. 그녀 계산 덕에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궤도를 돌았다. NASA는 차별을 이겨내고 STEM(과학·기술·공학·수학)교육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한 산증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문을 연 캐서린 존슨 우주센터는 앞으로 화성과 달 유인 탐사계획에 필요한 각종 궤도 계산 임무를 맡을 전망이다. 내년이면 100살을 앞둔 존슨은 이날 개소식에서 동영상을 통해 연구시설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과 관련해 ”솔직히 말하면 정신 나간 것 같다“는 유쾌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뭔가 새로운 일을 좋아했고 도움을 준 모든 사람을 믿었다. 단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했을 뿐 나 홀로 한 일은 없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끝) /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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