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 금융부 기자) ‘부산은행, 전북은행, 대구은행…’ 국내에는 이름만 들어도 어느 지역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방은행이 여럿 있습니다. 국내 지방은행은 1967년부터 1971년 사이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1도 1행 원칙’에 의해 10곳이 설립됐습니다. 1967년 대구은행을 시작으로 부산은행, 충청은행, 광주은행, 경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경남은행, 강원은행, 충북은행 등이 차례로 문을 열었습니다. 금융의 지역 분산과 지역 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지요.
이들 중 현재 남아 있는 지방은행은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등 총 6곳입니다. 나머지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며 다른 은행에 인수·합병됐기 때문입니다. 지방은행은 신한은행이나 국민은행 같은 대형 시중은행과 경쟁하기에는 지역적 영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금융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지만 전국적으로 봤을 땐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키우기 어렵지요.
그런데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2018년 국내 시스템적 중요 은행·은행지주회사’에 이름을 올린 지방은행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제주은행입니다. 이번에 선정된 국내 시스템적 중요 은행은 제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총 6곳입니다. 제주은행은 지역은행 중에는 유일하게 시스템적 중요 은행으로 꼽혔습니다.
제주은행이 시스템적 중요 은행으로 꼽힌 이유는 뭘까요? 사실 내막을 살펴보면 제주은행이 특출난 성과를 내거나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라는 이유로 시스템적 중요 은행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시스템적 중요 은행지주회사도 함께 선정하고 있는데요. 시스템적 중요 은행지주로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4곳이 선정됐습니다. 참고로 2016년 시스템적 중요 은행·은행지주회사 선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3년간 동일한 은행 및 은행지주가 선정돼왔는데요. 제주은행도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여서 3년 연속 시스템적 중요 은행이 된 겁니다.
제주은행이 처음부터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였던 것은 아닙니다. 제주은행은 2001년 경영이 어려워져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명맥을 이었습니다. 그러다 2002년 신한금융지주에 팔려 자회사로 편입됐습니다. 정부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을 정상화한 뒤 민간에 매각한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요즘 제주은행은 ‘지역 밀착형 금융’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형화’도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에 공들이고 있답니다. 지방은행은 전국적 영업망을 가진 시중은행에 비해 지역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지역적 강점이 있지요.
하지만 지역 위주라는 게 한계로도 작용합니다. 시중은행처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면 지역적 한계를 넘어 수도권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제주은행의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지역 영업구역을 벗어나 다른 도시로 진출하며 새 먹거리를 찾는 데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주은행은 서울에 2곳, 부산에 1곳의 지점을 두고 대형화를 추진 중입니다. (끝) /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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