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복귀한 배상문(31)이 부진한 첫 출발을 보였다. 6일(한국시간) 열린 PGA 투어 2017-2018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총상금 620만달러)에서다. 샷은 나쁘지 않았지만 퍼팅 거리가 지나치게 짧거나 길게 나오는 등 쇼트게임이 아직은 ‘영점 조정’이 필요한 모습이다.
배상문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실버라도 리조트 앤드 스파 노스(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3개,보기 4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쳤다. 출전 선수 144명 중 공동 87위다.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와 한 조로 묶여 티샷을 한 배상문은 첫 홀에서 롱퍼트 버디를 잡아내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306야드짜리 티샷을 날린 뒤 웨지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려 8.5m짜리 긴 퍼트를 홀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3번홀부터 6번홀까지 네 홀 연속 보기가 터져나온 탓에 분위기가 금세 가라앉았다. 3번홀은 벙커샷을 세이브하지 못했고, 4번, 5번, 6번홀은 퍼팅과 어프로치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의욕과 긴장감이 뒤섞인 탓인지 특히 퍼팅이 지나치게 길거나 짧게 떨어지면서 3퍼트가 잇따랐다.
후반들어 배상문은 안정을 찾았다. 12번홀에서 1m가 채 안되는 버디 퍼팅을 손쉽게 잡아낸 그는 15번홀(파3) 티샷을 홀 2.5m 근처에 붙여 분위기 반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회심의 버디 퍼트가 아깝게 홀 오른쪽을 비켜갔다. 지루한 파 행진을 이어가던 배상문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온을 시도해 오른쪽 그린 근처까지 공을 보낸 뒤 세 번째 어프로치를 홀 70cm근처에 붙여 복귀전 세 번째 버디를 잡아냈다.
2004년 프로에 입문한 배상문은 국내 투어(KPGA) 9승,일본 투어(JGTO) 3승,PGA 투어 2승 등 통산 14승을 수확했다. 2012년 PGA 투어에 진출해 2013년 5월 바이런넬슨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첫 승을 올린 뒤 이듬해인 2014년 10월 세이프웨이 오픈의 전신인 프라이스닷컴에서 2승째를 신고했다. 이번 복귀전의 의미가 남다른 배경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일찌감치 미국으로 출국해 대회를 준비해왔다.
배상문이 PGA 정규 투어 대회에서 티샷을 한 것은 2015년 9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4차전인 투어챔피언십이 마지막이다. 이후 그해 10월 한국 송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을 끝으로 군에 입대해 소총수로 복무한 뒤 지난 8월 제대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민휘(25)가 이븐파 공동 61위로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김민휘는 13번홀까지만 해도 3언더파를 유지해 ‘톱10’에 진입해 있었다. 하지만 14번(파4),15번(파3),18번홀(파5)에서 보기를 잇달아 내주는 등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막판 미끄럼을 탔다. 오전조로 일찍 경기를 끝낸 브렌든 스틸과 타일러 던컨,톰 호그(이상 미국)이 7언더파 공동 선두다.
강성훈(30)이 버디 4개,보기 5개를 묶어 1오버파를 적어냈다. 배상문과 같은 공동 87위다. 최경주(47)가 보기 2개로 2오버파 공동 108위다.
앞서 PGA 투어는 배상문의 투어 복귀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제이 모나한 투어 커미셔너는 대회 개막에 하루 앞서 열린 프로암 대회에 나와 배상문을 직접 환대했다. 대회 중계방송사는 배상문의 투어 활동 기록과 성적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한편 잭 블레어(미국) 등 친한 동료들의 환영 인사 동영상을 방송 도중 내보내기도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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