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역사 품은 삼청동 '코리아 목욕탕' 문닫는다…사진관 변신

입력 2017-10-08 08:43  

삼청동 코리아 목욕탕 폐업 … 10월 중순 사진관 리뉴얼



삼청동 거리를 들어서서 파출소 옆 오래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머리 위로 치솟아 있는 빨간 벽돌 굴뚝. 꼭대기 목욕탕 마크와 '코리아'이라는 글자가 정겹다.

75년간 대를 이어가며 삼청동 동네 주민들의 만남의 공간으로 사랑받아온 '코리아 목욕탕'은 아담한 욕탕만이 가지는 고즈넉한 분위기로 MBC 예능프로 <무한도전>, 영화 신민아, 조정석의 <나의사랑 나의신부>, 아이유&서태지 <소격동> 뮤직비디오 등 각종 촬영장소로 각광받았다.

장미수 코리아목욕탕 겸 코리아게스트하우스 대표가 대를 이어 물려받기 전부터 이곳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단골 숙소이자 삼청동 주민들이면 늘 찾는 동네 명소였다.



삼청동 몽마르뜨언덕길이라 불리는 이곳의 랜드마크인 '코리아 목욕탕'. 삼청동의 역사와 함께 해온 목욕탕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모습을 앞으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장미수 대표는 최근 목욕탕 영업을 완전 중단하고 임대를 주기로 결정했다.



장 대표는 "목욕탕을 찾는 수요가 점차 줄면서 5년 전부터 금토일요일 3일 영업을 하고 3년 전부터는 주 1회만 영업을 했다"면서 "목욕탕이 영원히 갈 줄 알았는데 성북동 토박이들이 빠져나간 이곳에서 목욕탕을 운영해서는 카운터 월급을 주기도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장 대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삼청동에 대거 유입되자 마사지샵으로 업종을 변경해볼까도 고민했지만 '대대로 물려받은 목욕탕인데…' 명예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 상업시설보다는 삼청동의 한옥 문화와도 어울리고 목욕탕보다 이곳의 명성을 높여줄 사람에게 임대를 주기 위해 기다리던 중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강형신 대표다.



12년째 사진을 찍어온 강현신 대표는 "삼청동 골목은 정감있고 정취가 묻어 있는 소중한 곳이다"라며 "목욕탕은 아빠가 아이를 안고 들어가는 애틋한 공간이 아닌가. 그렇게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기념할 수 있는 사진관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이 인생에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뜻에서 사진관 이름도 '시절사진'으로 지었다.

강 대표는 "약 20평의 코리아 목욕탕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공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날 삼청동을 찾은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면서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채광이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런 느낌의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강 대표는 이어 "청담권 웨딩이 무너지는 이유는 샘플을 찍어놓고 모든 사람들이 그걸 따라하게 하지 않나. 사진 찍은걸 보면 '어 나랑 똑같네'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라면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애틋한 감정이 담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 가족이 사진을 찍으러 왔는데 아버지와 딸이 무척 어색해 보였습니다. 아버님께 큰 딸 손 잡아보라고 하니 어쩔줄을 모르시더군요. 마지막으로 언제 손 잡아봤냐고 하니까 8살때 잡고 안잡아봤다고. 가족행사 사진이었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아버님, 지금 웃으시면 액자서비스 해드릴게요'했더니 그제서야 함박웃음을 지으시더라구요. 그때 '행복한 순간을 평생 기억을 남겨드리는게 내 역할이구나' 생각했죠."

강 대표는 "결혼이나 아이 돌 때는 가족이 사진을 찍지만 아이 입학, 결혼기념일 등 소소한 기념일에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면서 "인생의 추억을 지키는 느낌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담겠다"고 전했다.



코리아목욕탕이 처음으로 변신하는 공간 '시절사진'은 오는 10월 중순 오픈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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