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지혜 기자 ]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게 트렌치코트다. 바람을 막아주는 건 기본이고 멋스러운 패션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원래 트렌치코트는 비와 바람이 잦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1912년 영국 브랜드 버버리가 특허를 받은 ‘타이로켄’ 코트가 바로 트렌치코트의 원조다. 원조 트렌치코트는 버튼 없이 벨트로 앞을 여미는 디자인, 기능성 소재인 개버딘 원단으로 제작한 점 등이 독특해 특허를 받았다. 군인들이 몸을 숨기는 참호(trenches)에서 이름을 딴 이 코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군 장교를 위해 기능성 견장, 허리띠, D링 등 기능성 요소를 넣어 만든 것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자리잡은 경우다. 유행을 타지 않고 입을 수 있는 디자인, 기능성과 패션 감각, 실용성을 모두 갖춘 아이템으로 왕실과 영화배우, 예술가 등 유명인들이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기 시작했다.
◆실용성에 패션감각 입힌 트렌치코트
1856년 창립된 영국 브랜드 버버리는 국내에선 트렌치코트와 체크무늬 머플러로 유명해졌다. 여성복과 남성복뿐 아니라 아동복, 액세서리,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창립자 토머스 버버리가 1879년 발명한 방수 소재 개버딘에서 시작됐다. 이전에는 옷 위에 고무나 왁스를 입혀야 방수가 가능했기 때문에 옷이 무거웠다. 개버딘은 1㎝ 단위로 100번 이상 촘촘하게 짠 원단이기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고 비가 스며드는 것을 막아준다. 버버리는 전통적인 기술을 고수하면서도 더 정교하게 실을 꼬아 개버딘 원단을 제작하고 있다. 영국 북쪽 지역인 캐슬포드에서 개버딘 전문가들이 총 100개가 넘는 공정을 거쳐 트렌치코트를 만든다. 한 벌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주다.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건 옷깃이다. 1년 이상 교육받은 버버리 장인들이 손으로 바느질해서 제작한다. 그래야 목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러운 라인을 만들 수 있다. 소매 끝단과 벨트 등은 마무리 바느질이 중요한 부분이다. 편평하면서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 등의 주름을 살리는 것 등 디테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트렌치코트 안감은 버버리 고유의 체크무늬 패턴을 사용한다. 카멜, 아이보리, 블랙과 레드 등 버버리 고유의 색 조합은 1920년부터 등록된 패턴이다. 안감 패턴이 좌우 대칭이 되고 체크무늬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원단을 자르는 단계부터 신경 쓴다.
군인 장교를 위해 제작된 트렌치코트는 지금까지도 고유의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계급을 보여주는 견장, 등을 덮어 보온성을 높여주는 스톰실드, 군수품을 소지하기 위한 벨트와 D링 등의 디자인은 트렌치코트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자리잡았다. 버버리는 여성용으로 ‘엑스트라 롱’ 모델인 ‘켄싱턴’과 ‘롱’ 모델인 ‘샌드링엄’, 미디 길이의 ‘첼시’ 등 세 가지 트렌치코트를 선보인다. 색상은 기본 모델인 허니와 스톤, 블랙, 퍼레이드 레드 중 선택할 수 있다. 남성용으로는 ‘엑스트라 롱’ 모델인 ‘웨스트민스터’와 ‘롱’ 길이의 ‘켄싱턴’, 미디 길이의 ‘샌드링엄’과 짧은 길이의 ‘첼시’ 등 네 가지 모델로 나온다. 색상은 허니, 스톤, 블랙, 네이비다.
◆화려한 색상으로 젊은 층 겨냥
버버리는 지난달 영국 런던 올드세션하우스에서 올해 가을·겨울 신제품 컬렉션을 선보였다. 빈티지한 체크무늬와 풍성한 니트, 다양한 색상을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케이트 모스, 카라 델레바인, 나오미 캠벨 등 유명인이 대거 참석했다. 국내에선 가수 송민호, 이승훈 등이 버버리 신제품 카코트를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버버리의 신제품은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레이스 가운 위에 겹쳐 입은 영국식 니트, 타탄체크와 플라스틱의 조화, 특별한 날을 위한 재킷과 스커트의 재해석, 테이핑 형태의 재봉선을 적용한 오버사이즈 카코트, 여기에 어울리는 큼지막한 자이언트 타탄 토트 백과 양말 등이다. 버버리는 이번 컬렉션에서 자이언트 사이즈의 리버서블(양면) 타탄 토트, 독특한 가죽 소재의 사첼백, 리벳과 대조적인 색상의 레이스로 장식한 클로그 부츠, 프린지 장식의 로퍼 등을 선보였다. 길이가 긴 청키 니트 스카프, 손가락 끝을 자른 장갑과 다이아몬드 패턴의 양말, 큼지막한 샹들리에 귀걸이와 브로치 등 화려한 아이템을 많이 내놨다.
버버리가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건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버버리가 런던에서 쇼를 마친 직후부터 온라인몰과 전 세계 매장에서 바로 신제품 판매를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세계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런던 패션쇼를 지켜본 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곧장 구입할 수 있게 했다. 버버리는 이번 패션쇼를 기념해 ‘히어 위 아(Here We Are)’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영국적인 삶의 방식과 스타일’을 주제로 버버리의 예술성과 영국 감성을 보여주려는 취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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