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의 '젊은 피' 전예지·정동화·송유택

입력 2017-10-09 18:32  

그들의 연기 동력은 '오늘, 관객, 그리고 새 시도'


[ 양병훈 기자 ]
공연계에서 부쩍 주목도가 높아진 젊은 뮤지컬 배우 세 명을 만났다. 대형 뮤지컬로 빠르게 스타덤에 오른 전예지(23), 공연계가 인정하는 노력파 배우 정동화(33), 톡톡 튀는 매력으로 대학로를 사로잡은 송유택(29) 등이다. 이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매력과 연기철학을 바탕으로 공연계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들이 출연한 작품을 꼬박꼬박 챙겨 보는 팬도 늘고 있다. 개성으로는 어디에서도 밀리지 않는 인물들이지만 젊은 배우다운 씩씩함과 적극성, 관객에 대한 애정은 매한가지였다.

“항상 내일이 없을 것처럼 연기해요.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 오늘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잇달아 대형 작품에 출연하며 빠르게 스타덤에 오른 전예지는 인기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체력을 아낀다는 이유로 ‘오늘은 살살 연기해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로 관객에게 항상 큰 에너지를 보여줬다”고 했다.

전예지는 2013년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주인공 페기 소여 역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이 작품에 세 차례 출연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배우가 소극장의 작은 배역에서 시작해 점차 비중이 큰 역할로 옮겨가는 것과 달리 단번에 대형 작품의 주연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다른 출연작도 ‘넥스트 투 노멀’(2015년) ‘더 넥스트 페이지’(2016년) ‘로미오와 줄리엣’(2016~2017년) ‘록키 호러 쇼’(2017년) 등 중극장 이상 규모의 작품이 많다.

전예지는 “데뷔 2년차까지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대 위에서 연기해도 스스로 뭘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며 “어느 순간 ‘내가 연기와 노래를 좋아해 배우 일을 시작했다’는 걸 깨달았고 그 뒤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경주나 최정원처럼 오랫동안 묵묵히 자기 길을 갈고 닦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동화는 공연계에서 근면성실로 유명한 노력파 배우다. 고교생이던 2003년 연극 ‘긴 여행’으로 무대공연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 30회 넘게 무대에 올랐다. 출연작 가운데 뮤지컬과 연극의 비중은 7 대 3 정도. 정동화는 “출연이 많아도 연기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점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동화는 다음달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타이타닉’에 출연한다. 타이타닉은 오디컴퍼니가 라이선스를 수입해 국내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정동화는 다정하고 유머 감각있는 무선기사 해롤드 브라이드 역(원캐스팅)을 맡는다. 그는 “타이타닉이 국내 초연작이라 배우로서 역량을 펼쳐보일 수 있어 기대된다”며 “대극장 작품 첫 출연이기도 해 의미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공연하다 보니 이제 나 자신으로부터가 아니라 남으로부터 연기할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말했다.

“감기에 걸린 몸으로 극장에 와서 공연을 본 뒤 ‘감기가 다 나은 것 같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회사 다니기 싫었는데 공연을 보고 ‘이제 다시 힘을 내 출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장면’이라는 무대 공연의 매력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송유택은 애드리브(대본에 없는 즉흥대사)를 많이 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평범한 대사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거나 무대에서 난데없이 동료 배우들과 춤판을 벌인다. 그는 “같은 공연이지만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에 평소 애드리브를 어떻게 할지 연구를 많이 한다”며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송유택은 ‘다채로운 배역을 넘나들며 연기하는 배우’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그는 킹키부츠(2014년·2016년)에서 여장남자 역할을, 젊음의 행진(2015년)에서 보이시한 매력의 여고생 역을 맡았다. 비스티(2016년·2017년)에서는 강남 호스트바의 막내 접대부로 나왔다. 송유택은 “수차례 여자 등장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었고 직업이 특이한 배역도 많이 했다”며 “항상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이 인물들처럼 나만의 개성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길을 꾸준히 개척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해외 공연을 위해 요즘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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