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탈러 교수는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기반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체계화시켜 학문적으로 확립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넛지(nudge)-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2009) 등의 저서도 남겼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구매 의사를 묻는 것만으로 구매율을 35%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작은 그릇에 먹으면 보다 효과적으로 살을 뺄 수 있는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찰칵' 소리가 나는 이유는? 높은 금연율 뉴스가 더 많은 금연을 유발하는 이유는?
행동경제학을 경제학계에 널리 알린 경제학자인 탈러 교수는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설계의 힘을 '넛지'라 부르며 새롭게 정의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란 뜻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옆사람의 팔을 잡아끌어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단지 팔꿈치로 툭 치면서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 책은 개인투자에서부터 자녀교육, 식생활, 자신이 옹호하는 신념에 이르기까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사항들에 대해 수시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부적절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이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가 갖가지 편견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을 연구해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다양한 예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은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가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훼손하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설명했다.
탈러 교수는 시카고대학 행동과학 및 경제학 석좌교수이자 경영대학원 의사결정 연구센터의 책임자다. 아울러 국가경제연구소의 연구원으로도 재직 중이다. 행동 경제학을 경제학계에 알리는 데 기여해 왔으며, 의회에도 적극적으로 출석해서 '넛지'를 활용한 자신의 방법론을 제도권으로 들여왔다.
앞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선정되면서 그의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2005)는 수상 이틀 만인 7일 일별 베스트셀러 1·2위에 각각 오르기도 했던만큼 탈러 교수의 '넛지' 또한 다시금 특수를 누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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