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진미'를 보여줄게 오타와로 와 봐~

입력 2017-10-10 03:20  

세계 수도 여행

인지도 낮은 수도 여행
(2) 캐나다 오타와

고풍스런 건축물, 길고 아름다운 운하
군더더기 없는 ‘클린 시티’




캐나다의 수도가 오타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웃도시인 토론토나 국제도시 밴쿠버에 비해 인구도 적고 인지도도 덜하다. 비록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고풍스러운 건축물, 국가박물관, 아름다운 운하 등 고유한 볼거리를 통해 오타와는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타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겨우 4위라는 게 이상할 정도로 내가 다녀본 도시 중 가장 청결한 곳이었다. 오타와라는 지명은 원주민어 ‘교역자’에서 유래했는데 이름처럼 오대호, 세인트로렌스 강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오랫동안 무역이 성행하던 곳이었다. 영국의 지배를 받을 당시도 캐나다는 오타와를 통해 유럽대륙에 비버 모피와 오크 목재를 수출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오타와는 어떻게 수도가 됐을까

온타리오주 동쪽에 있는 오타와가 토론토와 밴쿠버를 제치고 수도가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캐나다는 19세기 초 영국 식민지, 자치령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자치령인 만큼 수도를 정해야 했는데 토론토, 킹스턴, 몬트리올, 퀘벡시티 네 도시가 물망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당시 통수권자였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네 도시를 제치고 오타와를 수도로 정했다. 영국 세력이 막강하던 토론토나 킹스턴을 수도로 정할 경우 프랑스계 반발이 클 것이고, 그렇다고 프랑스인이 세를 확장하던 몬트리올 혹은 퀘벡시티를 수도로 할 수는 없었다. 결국 퀘벡과 토론토의 중간에 있던 오타와에 승리가 돌아간 것.

두 지역 시민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오타와는 영어와 프랑스어 둘 다 사용 가능한 도시로 남게 되었다. 영어 사용자의 경우에도 프랑스 악센트가 강한 경우가 많다. 참고로 캐나다 전역에서 판매하는 물품에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나란히 표기돼 있다


낮고 아기자기하고 깨끗한 도시

엄격한 고도제한으로 오타와에는 고층빌딩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새로 짓는 건물의 경우 국회의사당 언덕(parliament hill) 높이를 넘지 못한다. 반면 고풍스러운 유럽 스타일 건축물은 아주 흔한데 대부분 1859년과 1927년에 지어진 것들이다. 오래전에 지은 것인데도 낡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며, 언제 봐도 깔끔하고 단정한 외관을 갖고 있다. 시 정부가 어마어마한 노력을 들여 관리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서는 국가박물관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돈된 것을 좋아하는 오타와 시민은 국가 유물 역시 정성 들여 보관한다. 보행자 친화적인 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대부분의 박물관과 명소가 오타와 다운타운 호텔가에서 도보로 20분 이내 거리에 있다. 오타와 시내에서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는 전혀 없으며 도보만으로 충분히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다.

오타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수풀 언덕에 있는 의회의사당은 다양한 국가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오타와의 겨울은 매우 춥기 때문에 국가행사를 보려면 여름에 방문해야 한다. 매일 아침 의사당 앞에서는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는데 그들의 삶이 영국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음을 알수 있는 부분이다. 저녁에는 빛과 소리의 쇼(Sound and Light show)로 명명된 화려한 조명쇼가 의사당 파사드를 무대 삼아 펼쳐진다.

12월 한 달 동안 캐나다는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조명에 휩싸인다. 이곳 의사당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캐나다에서 가장 화려하다.

관광명소가 된 ‘캐나다 의회의사당’

캐나다 의회의사당은 단일 건물을 지칭하는 이름이 아니다. 담 없는 의사당 구역에 들어서면 중앙 건물을 중심으로 좌우에 비슷한 형태의 신고딕 건축물이 우뚝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 정중앙에 자리잡은 센터블록은 실제 정무가 이뤄지는 곳이면서 관람객을 위한 무료 가이드 투어가 진행되는 곳이다. 투어에 참여하면 숱한 화재에도 불구하고 늘 안전하게 피신시켰던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화, 역시 화마의 손길을 피해 무사히 보존된 의회 도서관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센터블록에는 92.2m높이의 평화의 탑(Peace Tower)이 있어 매일 정오, 53개의 종이 내는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들려준다. 200개가 넘는 정교한 조각품으로 장식돼 있는 평화의 탑 전망대에 오르면 오타와 시내는 물론 강 건너 퀘벡 주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오타와 내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한편 센터블록 마당에는 ‘꺼지지 않는 횃불’이 분수대 형태로 설치돼 있다. 차가운 겨울, 행인들이 곁불을 쬐다가곤 한다.

의회의사당에서 몇 걸음 거리에 바이워드마켓(ByWard Market)이 자리잡고 있다. 바이워드마켓은 200년 역사에 빛나는 전통시장으로 장인, 농부, 수공예 상인이 연중무휴로 매대를 운영한다. 갓 수확한 아름다운 화초와 과일, 야채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캐나다인의 취향을 알 수 있는 현지 브랜드 의류도 총망라돼 있다.

이 시장 골목에는 커피를 맛있게 추출하는 유서깊은 카페가 많다는 것 또한 큰 매력 포인트다. 물론 오타와에서 손꼽히는 술집과 식당도 이 바이워드 마켓 구역에서 만날 수 있다. 시장 거리에 가로등이 켜지면 일대는 가볍게 한잔 하면서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야외무대로 바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리도 운하

1832년 완공된 리도 운하(Rideau Canal)는 북미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오타와 중심에서 킹스턴까지 이어진다. 전체 길이만 202㎞에 이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문화유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이 운하는 사실 반복되는 미국의 침략에 대비해 물자수송 통로로 만들어졌다.

리도 운하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로 보트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찾지만 겨울에는 천연 아이스 링크로 변신한다. 리도 운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스케이트장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의사당에서 동쪽으로 1분만 걸어가면 교각이 나타나는데 이곳 다리 위에 서면 수문(Lock)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단 보트가 지나갈 때를 기다려야 한다.


또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축제가 리도 운하를 무대로 열린다. 매년 5월 초순부터 빅토리아데이(Victoria Day)까지 열리는 ‘튤립축제’, 2월 첫 3주 동안 열리는 윈터루드(Winterlude)가 특히 큰 축제인데 이 기간 운하 주변은 사람으로 발 디딜틈이 없어진다.

매년 7월1일은 ‘캐나다데이’로 성대한 음악축제 행사가 열린다. 오타와는 박물관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타와 내에는 수많은 박물관과 갤러리가 자리잡고 있다. 캐나다 국립박물관(National Gallery of Canada)은 캐나다의 예술, 역사, 자연, 전쟁, 항공우주, 농업식량, 과학기술 전시물부터 캐나다 원주민 생활상을 담은 다양한 자료가 망라돼 있다. 의사당 바로 옆에는 오타와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조건물인 바이타운 박물관(Bytown Museum)이 있으며 동쪽 교각 건너에는 100년 역사를 지닌 페어몬트 샤토로리에 호텔(Fairmont Chateau Laurier Hotel)이 있다.

페어몬트 샤토로리에 호텔은 박물관은 아니지만 이곳 로비에는 명사들의 사진작품이 걸려 있어 아는 사람은 꼭 찾는 곳이다.

저명한 사진작가 칸트 씨는 호텔에 상주하며 페어몬트 호텔을 드나드는 세계적인 명사들의 초상을 사진으로 남겼는데, 처칠이 성난 표정으로 시가를 물고 있는 사진 원판이 바로 이곳에 보존돼 있다.

‘르 코르동 블뢰’부터 로컬 맛집까지

오타와는 온타리오 주에서 지정한 식도락 관광지로 주 정부가 인증한 현지 농산물을 레스토랑에 공급하고 있다. 현지 식재료를 맛보고 싶다면 식당 입구에 붙은 인증마크를 보고 찾아 들어가면 된다.

오타와 내 샌디 힐(San Die Hill) 지역에는 유명한 프랑스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가 있어 시그니처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보고 싶을 때 방문하면 딱이다. 오타와는 퀘벡 주와 맞닿아 있어 프랑스 문화가 깊이 뿌리 내린 곳으로 르 코르동 블뢰는 세계적으로 몇 군데 안 된다.

바이워드 마켓 지역, 미국대사관 건너편 2층 플레이 푸드 앤 와인(Play Food & Wine)은 캐주얼한 스타일의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와인 리스트도 많고 소믈리에가 신중하게 골라주기 때문에 실패 없는 한잔을 즐길 수 있다.

국립예술센터(National Arts Centre) 내 식당은 스타셰프 존 모리스(John Morris)가 운영하는 곳으로 국제적인 감각의 요리 솜씨를 맛볼 수 있다. 와인 리스트 역시 완벽한 페어링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곳이다.

리틀 이탈리아(Little Italy) 근처에 있는 아틀리에(Atelier)는 ‘2012 캐나다 요리선수권대회’에서
챔피언십을 획득한 마크 르파인이 태양열 오븐과 액체질소만을 사용해 만든 친환경 코스 요리로 유명하다. 화석연료를 거부하는 요리사가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놀랄 만한 일이다.

여행정보

토론토까지는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에서 거의 매일 직항 항공편을 운행한다. 비행시간은 13시간. 토론토와 한국 사이에는 14시간의 시차가 있다. 캐나다 공용화폐는 CAD(캐나다달러). 1달러에 930원.

유럽에 유레일이 있다면 캐나다에는 비아레일(Via Rail)이 있다. 캐나다 국영철도 비아레일(Via Rail)은 캐나다 국영철도로 총 450개 역을 19개 노선으로 나누어 운행한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밴쿠버와 토론토를 잇는 ‘캐나디안호’로 약 4500㎞ 거리를 87시간에 걸쳐 달린다. 비아레
일로 토론토에서 5시간이면 오타와 센트럴 역에 닿을 수 있다. 오타와 시내에서 움직일 때는 도보만으로 여행이 가능하다.

3박4일 동안 재스퍼, 에드먼튼, 사스카툰, 위니펙 등의 도시를 거치며 대평원, 로키산맥, 호수 등 캐나다의 비경을 보여줘 캐나다 철도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비아레일에는 침대에 세면대가 딸린 럭셔리한 개인 방부터 우리나라 새마을호를 연상시키는 좌석 칸까지 다양한 등급이 있다.
열차여행은 고되다는 선입견을 깨끗이 씻어 줄 만큼 편안하다는 게 비아레일의 자랑이다. 유럽에 유레일패스가 있다면 캐나다에는 ‘캔레일패스’가 있다. 패스 한 장으로 30일 중 12일 동안 자유로이 캐나다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는데 배낭여행자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캔레일패스는 여름 성수기 가격이 741달러며 비수기(10월16일~5월31일)에는 그보다 저렴한 461달러에 이용할 수 있다.

수화물 범위도 넉넉해서 23㎏ 내에서 2개까지 무료다. 술은 식당차와 개인 칸 외에는 금주며, 흡연 칸이 있어 금연구간 외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오타와=글·사진 신이경 여행작가 4balan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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