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25년만에 일본서 다시 등장한 '세일러문'

입력 2017-10-10 07:30   수정 2017-10-10 07:35


‘세일러문’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아시는지요.

‘세일러문’은 1990년대 일본은 물론 한국, 대만 등 20여국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입니다. 미소녀 전사 캐릭터들이 요술봉을 휘두르며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장면이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청소년과 ‘오타쿠’들의 ‘성지’ 도쿄 하라주쿠에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을 주제로 세계 최초의 상설 관련 상품 전문점이 생겼다고 합니다.

지난달말 하라주쿠에 개점한 이 상점은 세일러문 관련 소녀만화 잡지를 발행하던 출판사 고단샤와 애니메이션업체 도에이, 어린이용 장난감 업체 반다이가 공동으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매장규모는 53㎡(약 16평)로 ‘비좁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듯 합니다. 그다지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약 300여개의 ‘세일러문’ 관련 상품을 취급한다고 합니다.

세일러문 아이폰 케이스(약 2000엔), 손수건(1200엔) 같은 이 상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오리지널 상품을 비롯해 세일러문 캐러맬과 별사탕 등 각종 기념품도 두루 갖췄다고 합니다. 물론 세일러문 티셔츠와 의류, 피규어 제품 등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방송이 종료된지 25년이나 됐지만 지나달 23일 전문점 개점 첫날에는 약 200여명이 매장 앞에서 개점을 대기했다고 합니다. 개점후 1주일간 하루 평균 방문객은 400여명이고, 혼잡한 날은 입장을 일시 제한할 정도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1992년 만화잡지와 TV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등장한 세일러문은 현재 30대가 주축인 당시 초등학생 여학생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순정만화를 제외하곤 대부분 애니메이션에서 남자가 주인공이었는데 미소녀 캐릭터들이 ‘전투’를 주도하는데서 일본 여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하는데요.

애니메이션은 1997년에 종료됐지만 일본 여성들을 대상으로한 세일러문의 영향력은 계속 이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세일러문에 열중했던 여성들을 대상으로한 화장품이 특히 인기였다고 합니다. 반다이가 제조하는 ‘미라클 로맨스 메이크업 파우더’(가격 4093엔)은 세일러문으로 변신할 때 사용하는 콤팩트를 표현한 페이스 파우더라고 합니다. 2015년에 한정 생산해 큰 인기를 끌었고 재판매도 1주일만에 매진됐을 정도라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세일러문’의 인기가 높아서 올 7월에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1개월 한정으로 관련 상품점이 개점했는데 약 1만4000명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대만에서도 문구류를 중심으로 주요 상품이 품절사태를 빚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세일러문’의 인기는 옛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면서,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도 결합돼 있으며, 일본 젊은층 여성들의 취향이 잘 맞았기에 지속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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