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장사'로 덩치만 230조…코스닥지수는 올들어 고작 3.4%↑

입력 2017-10-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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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코스닥 (하) 사상최대 시가총액의 명암

올해 IPO로 2조7000억 조달
유상증자도 코스피보다 많아
자금조달 창구 역할 다했지만
투자자 수익 높이는 데는 '소홀'

불량종목 잔류·널뛰는 주가
'코스닥 디스카운트' 주범



[ 이태호/이고운 기자 ]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 규모가 올해 들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덩치’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주가지수와 거래대금은 2015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 기업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엔 충실했지만 투자자들의 수익 증대엔 기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상장사들에 대한 낮은 신뢰 수준과 지나치게 큰 주가 변동성, 신규 상장사들의 주가 부진 등이 코스닥 투자자들을 시장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총액은 늘었지만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224조9330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11.6% 불어났다. 지난달 18일엔 사상 처음으로 23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말 652.82로 마감해 올 들어 3.4% 오르는데 그쳤다. 2015년 7월의 고점(782.64)과 비교하면 16.6% 낮다. 올 들어 9개월 동안 코스피지수 상승률(18.2%)에 훨씬 못 미친다.

지수가 부진한데도 시가총액이 불어난 건 IPO나 유상증자와 같이 기존 코스닥 투자자들의 재산 증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를 산출하는 데엔 신규 상장과 유상증자에 따른 시가총액 증가요인이 반영되지 않는다.

올해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사는 모두 54개사로 약 2조7000억원어치의 주식을 공모했다.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사는 4곳(3조8898억원)이었다. 유상증자는 작년 한 해 동안 전체 코스닥 상장사(1250개)의 16%에 해당하는 199개사(322건)가 단행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766개사 중 77개사(10%)가 116차례에 거쳐 유상증자를 한 것과 비교해 높은 비중이다.

거래는 해마다 위축되고 있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약 2조9900억원에 그치고 있다. 2015년 3조5200억원, 2016년 3조39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이 중견·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건 의미 있는 성과”라면서도 “기관투자가들의 이탈 등으로 지수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낮은 신뢰도

코스닥시장이 위축된 핵심요인으로는 ‘불량’ 종목들의 높은 비중과 지나치게 큰 주가 변동성이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종목은 49개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종목 19개보다 2.6배 많다.

관리종목 숫자도 많다. 2014년 이후 관리종목으로 새롭게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는 123개로, 유가증권시장(33개)의 네 배에 가깝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감사의견 한정 등의 사유가 발생한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각종 테마주나 품절주(유통가능 주식이 적은 종목) 등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한 이유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기승을 부리는 점도 장기투자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휴대폰용 카메라 부품을 만드는 나노스는 품절주란 이유로 주가가 급등해 300위 밖에 머물던 시가총액 순위가 순식간에 19위(10일 현재)로 올라섰다. 황 연구위원은 “단기 수익을 좇는 투자 문화는 코스닥 발전의 큰 장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부진한 새내기주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 부진도 시장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올 들어 코스닥에 상장한 54개 종목 가운데 21개(39%)는 9월 말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신규 상장사 주가 부진은 코스닥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달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장외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기업공개 유인이 부족해졌다”며 “상장제도 개선 등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호/이고운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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