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남성 정장 브랜드 ‘수트 서플라이’가 인기다. ‘100% 이탈리아 원단으로 만든 슈트 한 벌에 49만9000원’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옷 좀 잘 입는다는 남성들이 몰려들고 있다. 평일에도 퇴근 후 들르는 사람들이 많고 주말에는 소비자들이 직원들의 응대를 기다릴 정도다. 수트 서플라이는 청담점 한 곳에서만 매달 4억원씩 매출을 내 올해 50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다.
◆품질·가격·사이즈 3박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올해 1월 초 들여온 수트 서플라이는 ‘고급형 SPA(제조직매형 의류) 슈트’로 불린다. 원단이나 봉제, 패턴 등은 이탈리아식 슈트가 맞는데 가격대가 저렴해서다. 재킷과 바지 한벌에 49만9000원, 59만9000원에 판매한다. 코트도 79만~89만원대. 타 브랜드에서 350만원대인 150수 고급 원단(하트포드 라인) 재킷을 여기선 119만9000원에 판다. 올 여름에 ‘완판’(완전판매)된 54만9000원짜리 110수 원단(Ferla) 재킷은 유명 브랜드에서 300만원에 파는 인기 상품이다.
수트 서플라이는 2000년 네덜란드의 포크 드 용이 만든 브랜드다. 100%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하지만,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중국 공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낮췄다.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이 남성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한 결과 수트 서플라이가 아르마니와 함께 공동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북미, 아시아 등 15개국 66개 매장에서 연매출 1억2000만달러(약 1450억원)를 올리고 있다.
이 브랜드는 무엇보다 전세계 남성들의 체형을 3가지로 분류해 마치 맞춤복을 입은 것처럼 잘 맞도록 제작했다는 게 강점이다. 온라인몰에서는 ‘인터내셔날 핏’ 제품을, 유럽에선 ‘유러피안 핏’을, 한국에선 ‘아시안 핏’을 판매한다. 인기를 끈 원인도 “신기하게 나한테 꼭 맞춘 것 같다”는 후기 덕분이다. 팔 길이와 품을 달리한 ‘레귤러’ ‘숏’ ‘롱’으로 사이즈를 세분한 것도 주효했다. 직원 1명당 3명의 고객만 응대하는 것도 ‘고객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팔이 짧고 평소 105 사이즈를 입는 40대 남성에게는 25사이즈(유럽 50사이즈의 숏버전)를, 키가 187㎝에 팔이 길고 마른 100 사이즈의 남성에겐 94(48사이즈의 롱버전)를 추천하는 식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110수짜리 나폴리라인(49만9000원)이다. 기본 정장 스타일인데 스트라이프, 체크, 은은한 그레이색 등 뭔가 달라 보인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스타일을 파는 브랜드
매장 근무 직원들의 전문성도 한몫 하고 있다. 채한석 수트 서플라이 청담점장은 “모든 매장 직원이 본사의 슈트스쿨에서 교육을 받는데 그때 강조하는 게 ‘옷을 파는 게 아니라 스타일을 판다’는 것”이라며 “전문 테일러가 개인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하고 사이즈가 다양한데 품질이 좋은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수트 서플라이 청담점에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테일러 스테이션이 눈에 들어온다. 바지나 팔 길이, 품 등 세밀하게 사이즈를 수선받을 수 있다. 옷 값이 저렴한 대신 1만원 안팎의 수선비는 받는다. 어차피 동네 세탁소 가서 수선해야 했던 남성들은 전문가가 그 자리에서 바로 해주는 이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게 점장의 설명이다.
또 다른 강점은 넥타이, 셔츠, 구두, 액세서리 등 같이 구매할 만한 상품을 다채롭게 구성했다는 점이다. 정장 한 벌 사러 들어왔다가 캐시미어 니트, 커프스 핀, 양말, 넥타이 등을 다 사가는 사람도 많다. 넥타이 가격도 6만9000~7만9000원대로 타 브랜드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채 점장은 “요즘엔 좀 더 세밀하게 맞출 수 있는 MTM(Made to Measure) 서비스를 통해 100만~200만원대의 정장을 구입해가는 사람도 늘었다”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대구점 등 최근 문을 연 백화점 매장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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