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키운 전문 셰프에 '가맹점 주방' 맡긴다

입력 2017-10-10 18:27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프랜차이즈 (2) 수제 초밥집 '스시노백쉐프'

3년간 셰프 육성 30억 투자
점주 구인난·비용 부담 줄이며 안정적 수익…3년새 점포 95개
업계 1위 초밥프랜차이즈로 성장

광고·선전비도 본사 부담 '상생'



[ 이유정 기자 ] 수천 개 브랜드가 경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찾기 힘든 메뉴가 있다. 초밥이다. 냉동이나 기계초밥이 아니라 제대로 맛을 내려면 셰프가 신선한 생선을 써서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식이나 양식처럼 본사에서 메뉴를 반조리 상태로 가맹점에 제공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국내 초밥 프랜차이즈에선 가맹점 수 30개가 ‘마의 벽’으로 통했다. 그 이상 매장이 늘면 셰프를 구하지 못해 규모가 다시 쪼그라들었다.

수제초밥집 스시노백쉐프를 창업한 이정훈 일성코퍼레이션 대표(사진)는 가맹점을 내기에 앞서 3년간 사업 성패의 핵심인 셰프를 키우는 데만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이렇게 확보한 전문 셰프들을 바탕으로 가맹사업 2년반 만에 업계 1위 초밥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10억원 들여 셰프 50명 키워

이 대표는 20대 때 갈매기살 전문점과 족발 전문점 등 두 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했다. 당시 점주로서 느꼈던 어려움 등을 바탕으로 ‘오래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자’는 결심으로 2011년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메뉴가 수제초밥이었다. 당시 초밥 전문점은 일본식 회전초밥집이나 저가형 초밥 프랜차이즈 두 가지 형태였다. 이 대표는 한국인에게 맞게 개발한 대중적인 수제초밥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문제는 셰프였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인 ‘동일한 품질’을 위해선 모든 가맹점에 비슷한 수준의 전문 셰프가 있어야 했다. 앞서 시작했던 많은 수제초밥 프랜차이즈들이 셰프를 조달하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거나 폐업했다.

이 대표는 3년간 전문 셰프 육성에만 집중했다. 2012년 전북 전주에 첫 매장을 연 뒤 직영점 9개를 운영하며 교육시스템과 매뉴얼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번 30억원을 셰프를 육성하고 본사 기반을 다지는 데 쏟아부었다. 셰프 육성에 쓴 비용만 10억원에 달한다. 예비 셰프들이 모여 있는 대학 외식조리학과에도 일식을 전공하는 학생은 100명에 1~2명 수준으로 적었다. 그는 주요 대학을 찾아가 직접 학생들에게 일식의 비전을 설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군장대, 호산대, 혜전대, 수원외식전문학교, 한국외식과학고, 증평고 등과 산학협력 관계를 맺었다. 동원스시아카데미와는 교육비 50%를 본사에서 제공하는 조건으로 수강생들이 기본 커리큘럼을 마친 뒤 스시노백쉐프에 입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 셰프를 함께 키웠다.

50여 명의 셰프를 확보한 뒤 2015년 2월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2년반 만에 매장이 95개로 늘었다. 스시노백쉐프는 현재 130명의 셰프를 직접 고용해 가맹점에 파견하고 있다.

◆가맹점 비용부담·불확실성 줄어

초밥전문점을 독립점포로 창업하려면 주인이 총주방장을 직접 구해야 한다.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을 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총주방장이 갑자기 그만뒀을 때 인력 대체가 쉽지 않다. 스시노백쉐프는 본사가 월 300만원 고정비용에 총주방장을 가맹점에 파견한다. 문제가 생기면 대체 파견 등을 통해 책임진다. 평택비전 22호점을 운영하는 허길 점주는 “남이 하지 않는 아이템인 데다 전문 셰프가 개발한 다양한 메뉴가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며 “주방에 따로 신경쓸 필요가 없어 최근 매장을 하나 더 냈다”고 말했다. 스시노백쉐프는 셰프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우리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셰프 직급별로 직영점 지분투자 기회를 주고, 일정 기간 일한 뒤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과거 가맹점주 경험을 통해 프랜차이즈는 본사든 가맹점이든 어느 한쪽이 무너져 내리면 절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점주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쓰지 않도록 광고 선전비는 본사가 전부 부담하고, 모든 점포를 권리금 없는 점포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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