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7] "기술 진보시대 공감능력 중요해져…유연성 갖춘 혁신인재 키워야"

입력 2017-10-10 19:24   수정 2017-10-11 05:50

로절린드 허드넬 인텔재단 이사장

기술적 진보, 노동시장과 충돌은 필연
인재 기르고 재교육하는 데 힘 쏟아야

'감성적 지능' 뛰어난 이들이 미래 인재

한국 '퍼스트 무버'로 변신하려면
청년들 창의력 높이는 데 집중해야



[ 오형주 기자 ] “기술적 진보는 늘 승자와 패자를 가려냅니다.” 로절린드 허드넬 인텔재단 이사장 겸 인텔 대외협력부문 부사장(사진)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패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는 새로운 시대엔 ‘감성적 지능’이 뛰어난 이들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를 위한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갖추는 게 정부와 기업 모두에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허드넬 이사장은 흑인 여성이라는 ‘유리천장’을 극복하고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인텔에서 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다. 인텔 최고다양성책임자(CDO)로서 인텔이 10억달러를 투자한 ‘기술에서의 다양성’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틀림없이 우리 삶을 엄청나게 향상시킬 겁니다. 새롭고 멋진 변화일 게 분명해요. 하지만 모든 기술적 진보는 노동시장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요. 고대 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외는 없었습니다.”

▷어떤 충돌을 말하는 것입니까.

“진보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패자로 전락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상당수가 현재의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미리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교육이야말로 이런 부적응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어책입니다. 변화는 우리가 따라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기업 리더뿐만 아니라 정부, 교사 등 관련 주체가 인재를 기르고, 혹은 재교육하는 데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어떤 교육을 해야 합니까.

“미국만 해도 아직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분야를 이해하는 데 급급해요. 예컨대 교사들도 빅데이터가 무엇인지만 가르치려 합니다. 그래선 안 돼요. 어떻게 빅데이터를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지 학생들이 느끼고, 경험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미래 인재상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인공지능이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겁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계가 많은 부분에서 사람을 대신해 중요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어요. 협상력이나 유연함, 경청 같은 요즘 중요시되는 능력조차 어쩌면 AI 시대에 핵심 역량 순위에서 밀릴지도 모르죠. 감성적 지능이라는 영역이 굉장히 중요해질 겁니다. 지금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지만 인간의 공감 능력이 중요해지는 때가 올 거예요.”

▷인텔은 어떤 인재를 키우고 있습니까.

“미래 인재는 강력한 기술적 능력을 갖춘 ‘개인’이자 팀의 일원으로서 동시에 활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고, 기술 등 외부 환경의 변화도 워낙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 한 명이 영웅적인 힘을 발휘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그래서 인텔은 외부 플랫폼과 기술에 언제든 적응하고, 통합시킬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인재를 원합니다. ‘인텔 혁신 세대’라는 인텔의 새로운 비전이 나온 배경이에요. 포용적이고 자율성을 지닌 미래 세대 혁신가를 돕기 위한 프로젝트죠.”

▷인텔재단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1988년 설립됐으니까 내년에 창립 30주년을 맞습니다. 인텔재단은 ‘모든 사람을 위한 혁신적인 기회를 창출하자’는 원칙으로 출발한 조직이에요. 미국 교육의 핵심 중 하나인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발전에도 관심이 많아요. 새로운 교육방법이나 교과과정을 혁신하는 데 도움을 주죠. 여성 등 소수자가 기술적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일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일은 미국과학대중협회(SSP)가 주최하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를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후원해 온 겁니다.”

▷한국의 교육에 대해 조언해 주십시오.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에서 ‘시장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들었어요. 목표를 이루려면 젊은이들의 창의력을 높이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겁니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떤 조직도 창의력을 그들만의 고립적인 방법으로 키울 순 없다는 거예요. 협력이야말로 조직과 개인의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열쇠입니다.”

■ 허드넬 이사장은

△미국 세인트메리대, UCLA 경영대학원 졸업 △미국 리더십포럼 선임연구원 △인텔 최고다양성책임자(CDO) △인텔 인적자원부문 부사장 △인텔 공로상 수상 △세계경제포럼(WEF) ‘모두를 위한 인터넷 위원회’ 운영위원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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