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 삽겹살'이 '크게 패한 석장의 고기'라고요?

입력 2017-10-11 14:28  

‘대패 삼겹살’이 ‘크게 패한 석장의 고기’라고요?
부경대 학생들이 찾아낸 366건의 잘못된 외국어 표기 사례 ‘눈길’

부산 해운대의 한 식당 차림표에 적힌 ‘大敗三枚肉’은 어떤 음식일까? 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대패삼겹살’을 안내한 건데, 이를 풀면 ‘크게 패배한 석장의 고기’라는 이상한 말이 되고 만다. ‘얇게 썬 삼겹살’이니까 ‘うすいサムギョプサル’이 맞다.

또 다른 식당 차림표의 ‘まぜ飯’은 어떤 음식일까? 우리 대표 먹거리인 ‘비빔밥’을 일본어로 적으려고 ‘섞다’라는 뜻의 ‘まぜ’를 ‘飯’(밥) 앞에 붙였는데 틀린 표기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비빔밥’의 일본어 표기는 ‘ビビンバ’이다.

중국어 표기들은 우리 관습대로 쓰인 경우가 많다. ‘연중무휴’의 바른 표기는 ‘全年午休’인데도 ‘年中午休’로 표기돼 있다.

부산 이기대 공원 표지판은 ‘伊基台水?公?’라고 잘못 적혀 있다. 음은 같지만 뜻이 달라진 경우다. 이기대는 임진왜란 때 두 명의 기생(二妓)이 왜군 장수를 껴안고 뛰어들었다는 구전 설화에서 유래된 이름이므로 ‘二妓台水?公?’이 맞다.

어떤 식당에는 소의 앞가슴 아래쪽 살인 ‘차돌박이’와 밥이 딸린 요리이름을 ‘Rice with roast premium beef’라고 얼렁뚱땅 적어놓았다. 맞는 표현은 ‘Rice with beef brisket’이다.

이런 ‘잘못된 외국어 표기들’은 부경대 학생들이 부산 구석구석을 다니며 꼼꼼하게 찾아냈다.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 등 3개 외국어 표기를 살펴본 학생들이 찾아낸 엉터리 표기는 무려 366건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관광과 국제회의, 전시회 같은 부산의 MICE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부경대 대학특성화사업단인 ‘동아시아 환동해 지역과 동남권역을 연계한 마이스(MICE) 인재양성 사업단’(단장 손동주)의 프로젝트다.

이 사업단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한국인 학생과 외국 유학생을 한 조로 구성, 남포동·중앙동권역, 서면·부산대권역, 해운대·광안리·부경대권역 등 3개 권역을 대상으로 음식차림표, 안내표지판 등을 조사했다.

손동주 단장(일어일문학부 교수)은 “일본어의 잘못된 표기가 유독 많았다”며 “심지어 부산의 현관인 부산역과 김해공항 등에도 잘못된 표기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업단은 이번에 실시한 ‘외국어 표기 조사결과’를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 측에 전달하고 수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사업단은 또 국립국어원이 외국어로 표기하지 못한 음식이름을 포함해 모두 200여개 음식이름의 바른 외국어 표기를 손수 만들어 식당에 알려주기로 했다.

손 단장은 “음식은 외국의 여행자들이 접하는 도시의 중요한 인상이다”며 “부산의 전통 깊고 다채로운 식문화를 올바르게 알리기 위한 우리 모두의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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