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스마트폰 '혁신' 중독 시대…'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입력 2017-10-12 11:17  

혁신에 집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
상향평준화로 매번 혁신 어려워





"혁신, 혁신 외치는데 꼭 세상에 없던 기술을 탑재해야 혁신인가요? 전작의 핵심 기능을 보완한 것도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국내 휴대폰 제조사 한 직원이 신제품의 혁신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답한 혁신의 정의다. 그의 말엔 제조사들이 겪는 혁신에 대한 압박감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듯이 혁신은 유독 스마트폰에 강력히 요구돼왔다. 묵은 것을 새롭게 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전에 없던 새로운 어떤 것'으로 통용됐다. 스마트폰의 탄생과 흥망성쇠는 사실상 '혁신'에서 출발했다. 다른 전자제품보다 일반인의 사용 빈도가 높고 교체주기가 빠른 것도 '혁신'을 강요당하게 된 까닭이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애플과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외쳤던 말도 혁신이다. 시장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혁신은 이유가 아니라 결과가 됐고, 과도한 스펙은 소비자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2009년 11월.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시장을 뒤흔들었다. 국내에 상륙한 아이폰3GS는 3D 게임이 구동되고 동영상 촬영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전에 못보던 사용자 경험을 선사했다. 이른바 '혁신 중독'의 시작이었다.

이듬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아이폰의 대항마로 세우며 혁신 전쟁에 동참했다. 갤럭시S2의 경우 당시 획기적인 초고화질 4.3인치 슈퍼아몰레드플러스, 슬림 디자인 등 혁신성으로 물량 부족 사태까지 빚어졌다.



2012년 아이폰5는 또 한번 진일보했다. 전작보다 커진 4인치 화면, 2배가량 개선된 CPU와 그래픽 성능에 LTE 대응이 가능해진 것. 그러나 소비자들을 놀래킬만한 혁신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폰5에 대한 실망은 아이폰의 정체성이었던 '혁신'이 실종됐다는 비난으로 바뀌었다.

갤럭시S 시리즈 또한 혁신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4년 2월 나온 갤럭시S5는 전작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펀칭 패턴이 적용된 후면 커버에 호불호가 갈렸다. 갤럭시S5 시리즈는 전세계에서 1000만대가 팔렸지만 이후 판매가 부진했다. 이는 그해 2분기 삼성전자 어닝 쇼크로 이어지기도 했다.

혁신이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고 기업의 운명까지 가르게 됐다. 그러자 제조사들은 남에겐 없는 어떤 것, 다른 '한 끗'을 찾는데 몰두했다. 하지만 매번 소비자를 놀래키는 기능을 선보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처럼 스펙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대엔 더더욱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예전만큼 소비자들의 감흥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얘기다.

제조사들의 혁신에 대한 집착은 패착을 낳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소손 사태가 좋은 예다. 업계에선 노트7 사태를 삼성전자의 조급증이 부른 참사로 정의했다. 새 기능을 무리하게 탑재하고, 출시일까지 앞당기려다 보니 기본 점검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것을 좇다가 있던 것마저 지키기 못한 셈이다. 최근 불거진 아이폰8의 배터리 결함도 같은 경우다.

최근 제조사들은 신제품 마케팅에도 혁신을 끼워넣는다. 약간의 사양 변화에도 혁신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소비자들이 공감하지 않는 혁신을 그들 스스로 정의하는 꼴이다. 때문에 불필요하고 과한 기능도 혁신의 이름으로 포장된다.

지금은 도입하는 족족 혁신으로 평가받던 그때가 아니다. 시장은 바뀌었고 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제조사들의 혁신 남발은 소비자들의 신뢰만 무너뜨릴뿐이다. 혁신은 소비자들이 인정할 때 비로소 혁신이 된다는 것을 되새겨볼 때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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