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내듯 만든 매장은 한계"
인테리어·메뉴 다양성 살려
수제맥주 1위 브랜드 성장
[ 이유정 기자 ] 3~4년 전부터 간단한 안주와 생맥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작은 가게들이 골목마다 들어섰다. ‘스몰비어’라는 형태의 프랜차이즈였다. 600여 개 매장을 가진 브랜드도 나왔다. 대부분 대형 맥주회사로부터 맥주를 공급받았다. 어느 매장이나 맛과 분위기가 똑같았지만 가성비 트렌드 속에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매장 수가 많아지자 발길을 끊는 이들이 생겨났다. 다른 맥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었다.
이들을 겨냥한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국내 최초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생활맥주다.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45·사진)는 프랜차이즈의 본질에 반기를 들었다. 프랜차이즈라고 맥주 맛과 인테리어가 같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생활맥주는 설립 3년 반 만에 111개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111개가 다 다른 프랜차이즈
임 대표는 2014년 5월 생활맥주를 차렸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외부로 유통할 수 있게 되자 그는 평소 생각해온 사업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프랜차이즈지만 매장을 획일적으로 통일하고 싶지 않았다. 오라클 등 정보기술(IT)업계를 거쳐 13년간 다양한 외식업을 하면서 ‘나만 아는 동네 가게’ ‘개성 있는 매장’ ‘특별한 메뉴’가 소비자들의 발길을 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상권마다 소비자 수요와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생활맥주 가맹점은 판매하는 맥주와 인테리어도 다르다. 정기적으로 ‘패밀리파티’라는 것을 연다. 가맹점주들이 맥주를 시음하는 자리다. 마셔보고 팔고 싶은 맥주를 정한다. 단골들은 ‘이 맥주는 동부이촌동점에서, 저 맥주는 여의도점 가서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다.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점은 홉향이 강하고 도수가 높은 인디아페일에일(IPA), 여성 고객이 많은 이촌점은 커피·초콜릿향이 나는 스타우트, 젊은이들의 모임장소로 유명한 부산서면점은 특유의 새콤한 끝맛이 특징인 사우어에일이 가장 많이 팔린다. 생활맥주에서 파는 맥주 대부분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다. 총 19종의 맥주 가운데 10여 개가 유명 브루어리와 협업해 직접 개발한 맥주다.
임 대표는 “유행을 좇아 비슷한 매장을 만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들이 식상하게 생각하고, 결국 발길을 끊는다”며 “생활맥주는 지점마다 단골이 다르고 지점끼리 경쟁하며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지금도 임 대표는 한 가맹점을 열 때마다 직접 찾아가 인테리어 컨설팅을 한다. 가게마다 개성을 갖도록 돕기 위해서다.
◆가맹점 수익 35%
인테리어와 판매 품목은 가맹점주의 자율에 맡기는 대신 품질 관리는 철저히 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양조장의 맥주가 빠르게 배송될 수 있도록 일일 콜드체인 배송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가맹점주가 적은 노동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임 대표가 직접 개발한 치킨 메뉴를 반조리 상태로 공급했다. 임 대표는 “치킨집을 운영해본 결과 점주들은 온종일 주방에서 닭만 튀겨야 하는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며 “주방일로부터 해방시키는 대신 수제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면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핵심 메뉴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가맹점은 100곳을 넘어섰다. 가맹점을 확장하기 위한 영업조직도, 별도의 가맹설명회도 하지 않았다. 가맹점에 광고비 부담이나 매장 리모델링 강요를 하지 않는 대신 매장 경영을 돕는 슈퍼바이저들은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생활맥주 가맹점의 평균 수익률은 35%에 달한다. 100개가 넘는 매장 가운데 폐점한 곳은 건물주와 임대소송 문제가 불거진 단 한 곳뿐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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