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상설화땐 사법부 '좌지우지'
대법관 추천위·법관징계위 등 각종 위원회 위원 추천권 행사
회의내용 비공개…밀실 지적도
대표성 취약해 정당성 논란
"임의적 성격의 회의체가 사법행정 간섭은 부적절"
[ 고윤상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기 회장을 맡았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주축으로 한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 상설화 방안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사실상 ‘판사노조’의 가시화라는 평가다. 본지가 입수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보면 판사회의는 인사는 물론 사법행정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개입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판사회의가 노조 이상의 역할을 하며 사법부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관 인사와 사법행정 개입권 요구
판사회의는 내년 3월로 시행일을 제시한 관련 규칙 제정안을 지난달 김 대법원장에게 제출했다. 대법원 규칙은 대법관 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김 대법원장이 판사회의 상설화 추진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힌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정안은 판사회의 임무를 12가지로 제안했다. △대법원 규칙의 제·개정에 대한 사전 의견 제출 △법관인사위, 대법관후보추천위, 법관징계위 등 각종 사법행정에 관한 위원회 위원 추천 △전보 등 주요 인사원칙에 대한 사전 설명 요구 및 의견 제시 △인사 이의가 발생한 현안에 대한 설명 요구 및 의견 제시 △사법행정권을 남용했거나 남용의 의심이 있는 현안에 대한 조사 및 징계 건의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현안에 관한 조사 및 의견 표명 등이다. 판사회의 대표자 중 5인 이상이 의제로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임무라는 용어를 썼지만 사실상 ‘권리’ 요구라는 게 안을 열람한 법관들의 해석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각종 위원회 추천권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5인 이상 요청에 따른 의제 설정만 봐도 판사회의가 언제든 목소리를 높이고 영향력을 지니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제정안은 또 4월과 8월로 1년에 두 번 여는 판사회의 논의 내용을 비공개로 하고, 산하에 위원회를 제한 없이 둘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판사회의가 법관들의 생각 대변 못해”
이 같은 판사회의 측의 요구는 대법원장 권한인 사법행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들이 임의적 성격이 큰 회의체를 만들어 집단적으로 사법행정 전반에 개입한다면 노조 이상의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법관 개개인이 집단을 이뤄 헌법이 부여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제약하는 것은 사법 중립성을 위협하는 부적절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판사회의 주축 멤버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인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법관 대표 97명 중 ‘인권법’ 소속이 39명에 달하고, 특히 판사회의 내 주요 위원회와 태스크포스팀은 인권법 소속 판사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김 대법원장이 만난 10명의 판사회의 측 대표자 중 8명이 인권법 소속이다.
대표회의에 참석했던 한 판사는 “인권법 소속 판사들이 주도하는 바람에 생각이 다른 비(非)인권법 판사들은 목소리를 맘껏 내기 어려웠다”며 “판사회의가 판사들의 생각을 대표할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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