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려움, 아토피피부염
아토피는 소아질환?
2016년 국내 성인 환자만 36만명
스트레스로 체내 면역력 떨어져
팔다리 접히는 곳 가려우면 의심
밤이면 찾아오는 공포
극심한 가려움에 잠 못들기 일쑤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에 악영향
소아환자 ADHD 발생률 두 배
자극 줄이는 생활습관
모직·나일론 재질의 옷 입지 말고 꽃가루 등 알레르기 항원 피해야
샤워는 미지근한 온도가 적당
[ 이지현 기자 ] 일교차가 크고 공기가 건조한 환절기가 되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고통이 커진다. 간지럼증 증상이 심해져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 아토피피부염은 소아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국내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36만4000여 명에 이른다. 서구화된 식습관, 과도한 스트레스, 알레르기 물질 증가 등으로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더욱 늘고 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가려움증, 발진, 피부 건조증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수면장애, 불안,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토피피부염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소아환자 40%, 성인 돼도 발병
아토피피부염은 체내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면역질환이다. 치료할 때는 증상이 호전되다가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하는 만성질환이다. 영유아기에 환자가 많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아 때 아토피피부염을 앓은 사람의 40%는 성인 아토피피부염으로 이어진다. 환자들을 괴롭게 하는 대표 증상은 심한 가려움증이다. 피부를 긁으면 피부에 습진성 변화가 생기고 습진이 심해지면 다시 가려움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가려움증은 낮보다 밤에 더 심해진다. 수면장애의 원인이 된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손바닥에 잔금이 많거나 닭살이 생기고 색소침착 때문에 눈 주위가 거무스름하게 변하는 증상도 많이 호소한다.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사마귀가 생기는 일도 흔하다. 환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제대로 진단받기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피부가 가렵다는 증상만 보면 건선과 많이 혼동된다. 아토피피부염은 주로 팔다리의 접히는 부위에 많이 생기지만 건선은 팔꿈치, 무릎에 주로 생긴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대부분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지만 건선 환자는 가려움증을 호소하지 않는 환자도 많다. 피부병변도 다르다. 건선은 피부병변의 경계가 뚜렷하고 물고기 비늘 같은 인설이 있는 환자가 많다. 아토피피부염은 소아기에 주로 생기지만 건선은 20대에 많이 생긴다.
극심한 가려움에 우울증 호소
소아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불안,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국에서 17세 이하 소아청소년 9만2642명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했더니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ADHD 발생 확률이 1.87배 높았다. 우울증, 불안, 행동 장애, 자폐증 등의 위험도 각각 1.81, 1.77, 1.87, 3.04배 정도 높았다.
아토피피부염과 정신질환 간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아토피피부염 때문에 생기는 수면장애가 소아 환자의 정신 건강을 취약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토피피부염과 정신질환이 비슷한 염증 문제 때문에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수면장애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아토피피부염 중증도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 비율은 33.2%다. 일반인 19.2%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1.7배 환자가 많다. 불안 증상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2배 정도 많았다. 이광훈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가려움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1주일에 1~2일이라도 아토피피부염 증상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문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교수팀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트로핀 분비 호르몬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아토피피부염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토피피부염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이 같은 스트레스가 다시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치료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치료 경과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도움된다”고 했다.
급격한 온도·습도 변화 주의해야
아토피피부염으로 진단되면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등을 확인한 뒤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평소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주변 환경이나 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아토피피부염은 급격한 온도나 습도 변화로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심리적 스트레스도 나쁜 영향을 준다. 모직이나 나일론 의류, 세제나 비누 등도 극심한 가려움증의 원인이 된다. 비누를 사용한 뒤에는 피부에 남지 않도록 충분히 제거하고 세탁 후 옷에 세제가 남지 않도록 잘 헹궈야 한다. 비누는 약한 중성 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모직, 나일론 등으로 만든 의류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 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 애완동물이나 카펫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보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습제를 가능한 한 자주 바르고 목욕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미지근한 물에 10~20분 정도 몸을 담그면 수분을 공급하고 피부를 자극하는 땀, 알레르기 원인 물질인 알레르겐, 더러운 물질 등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너무 뜨거운 물로 씻으면 가려움증이 심해질 수 있다. 때를 밀면 피부가 더욱 건조해질 위험이 크다. 목욕 후 물기를 닦을 때는 부드럽게 눌러 말리고 목욕한 뒤 3분 안에 보습제나 오일을 발라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때 보습제나 오일은 알코올 성분이 없는 것을 선택한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국소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국소 면역조절제 등을 주로 활용한다. 증상이 심하면 광선, 면역조절제인 사이클로스포린 등을 활용한 전신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두필루맙, 트랄로키누맙, 레브리키주맙 등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위한 생물학적 제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광훈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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