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김이수 대행체제는 위헌" 국감 보이콧… 여당 "헌재에 대한 모독"

입력 2017-10-13 18:43  

탐색전 끝난 국감…고성 오가며 곳곳 파행

법사위 '김이수 권한대행' 격돌
야당 "국회 동의 못받은 소장이…"
"헌재 자체를 없애야" 주장도
여당 "대행체제 법적하자 없어"

교문위 '국정 역사교과서' 충돌
여당 "청와대 등에서 찬성 여론화 주도"
한국당 "반대여론 왜곡도 살펴야"
국감 중단에 몸싸움 직전까지



[ 박종필/고윤상/배정철 기자 ]
문재인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 이틀째인 13일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못한 채 파행을 겪었다. 법제사법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 3개 상임위에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며 공방을 벌였다. 행정부의 정책 수행 과정을 들여다보고 평가한다는 국감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감에서도 ‘김이수 대행’ 논란

이날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법사위 국감에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소장 대행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 1시간30분 만에 국감이 중단됐다. 지난 10일 청와대가 김 대행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국민의당 간사인 이용주 의원은 김 대행이 인사말을 하기도 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소장이 인사말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도 “청와대 발표는 국회를 무시한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김진태 의원은 “개헌 논의 때 헌법재판소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상규 의원은 “왜 정권이 벌이는 굿판에 장단을 맞추려 하느냐”며 “이제는 김 대행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사퇴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김 대행 엄호에 나섰다. 정성호 의원은 “헌법재판관 탄핵까지 거론하는 건 헌재를 모독하고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새로운 소장 후보를 지명할 때까지 관례에 따라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비판을 일축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 대행 체제는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지난달) 김 대행의 인준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후 헌재소장 대행 체제의 지속 여부는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추후 여야 4당 간사들과 협의해 감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與, 2년 전 역사교과서 문제 꺼내

교육부를 대상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교문위 국감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작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감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1시간30분을 허비했다.

민주당이 전날 국감에서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에서 조직적으로 국정화에 찬성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는 이른바 ‘여론 차떼기’ 의혹을 제기한 게 도화선이 됐다. 한국당은 이날 반대여론 왜곡 여부도 살펴야 한다며 33만 장의 반대 측 의견서를 열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교과서 문제를 둘러싸고 고성이 이어지자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4당 간사 합의가 안 돼 의견서를 열람할 수 없다”며 국감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당 간사인 염동열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위원장이 그렇게 안 했으면 다 해결됐다”고 항의하면서 두 의원 간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염 의원은 국감 파행 후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국감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파행을 빚은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고 이후 국감이 속개됐다.

교문위 소속인 국민의당 송기석 이동섭 장정숙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감을 정쟁으로 몰아간 한국당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양당을 맹비난했다.

박종필/고윤상/배정철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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