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경제 현실에 자살률 13년째 'OECD 1위'

입력 2017-10-1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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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 사라지자 여기저기서 좌절



[ 오형주 기자 ]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눈에 띄게 달라진 사회지표 중 하나가 자살률이다.

1994년 10만 명당 9.5명이던 자살률은 1998년 18.4명으로 급증했다. 2000년대 들어선 20명대를 오가다 2011년 31.7명까지 상승했다. 지난해는 25.6명으로 하락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2003년부터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유지하고 있다.

자살률이 2000년대 들어 급속도로 높아진 이유를 두고 그동안 여러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높아진 자살률은 팍팍해진 경제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본다.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진 소득 불평등과 청년실업, 고령화로 인한 노인빈곤 문제 등이 중첩되면서 자살이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범(汎)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해 자살을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1998년 23.9명으로 당시 OECD 최고 수준이었던 일본의 자살률은 2014년 17.6명까지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뒤 “일본은 자살률을 상당히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데 우리도 일본을 본받아 자살 예방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자살률 상승의 큰 요인이던 노년층의 자살이 최근 줄고 있지만, 10~20대 자살은 늘어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자살률은 4.9명으로 2015년(4.2명)에 비해 16.5% 늘었다. 20대 자살률도 0.1% 상승했다. 70대(-13.5%)와 80대(-6.6%)에서 자살률이 낮아진 것과 대조된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사회 문제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과거의 추억’에 안주하면서 비롯됐다”며 “과거 경제 성장과 사회상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가 자살 증가 같은 새로운 사회 문제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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