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체제 출범에 롯데 금융사 '매각 위기'… 신동빈 구원투수 나서나

입력 2017-10-13 19:12  

롯데지주 공식 출범으로 금융 계열사 둘 수 없어
카드·캐피탈 등 8개사 4년 내 지분정리 불가피

신동빈 회장 개인 자격으로 롯데카드 인수하든지
지주사서 빠진 '호텔'이 지분 사들이는 것도 방법



[ 김순신 기자 ]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매각될 위기에 몰렸다. 롯데그룹이 지난 12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8개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 당장 문제가 되는 금융계열사는 롯데쇼핑이 지분 93%를 보유한 롯데카드다. 매각할 경우 유통계열사들과 내던 시너지 효과가 사라진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내세운 ‘옴니채널’과 ‘원 롯데’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카드회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호텔롯데로의 대주주 변경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는 중간지주회사법 기대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12일 출범한 롯데지주는 최장 4년 안에 롯데카드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대주주인 롯데쇼핑을 지배(지분율 26%)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도입되길 기대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일반지주사라도 지주사 아래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하면 그 아래 금융계열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이봉철 롯데그룹 재무혁신실장(부사장)은 “일단 중간금융지주사 허용을 기대하지만 허용이 안 되면 매각이나 분할합병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도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이 법은 19대 국회에서 제정이 추진됐지만 폐기되고 현 20대 국회에선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제대로 도입되고 작동되는지 확인한 뒤 논의 가능한 이슈”라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내년 시행되더라도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롯데가 기대하는 4년 내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신동빈 회장 구원투수 되나

롯데가 현행 공정거래법을 어기지 않고 롯데카드를 계열사로 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신 회장이 롯데카드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이다. 신 회장이 지주사를 제외한 계열사 지분 등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으로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문제가 사라진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지주 체제가 완성돼 신 회장이 다른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신 회장 개인이 대주주가 되는 것에 부담도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론 롯데쇼핑이 보유한 카드 지분을 호텔롯데로 넘기는 방식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에 속한 회사가 아니다. 따라서 금융계열사 지분을 호텔롯데에 모두 넘겨도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호텔롯데는 84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과 다수의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시장에선 지주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호텔롯데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에 넘기면 상당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장기적으로 호텔롯데가 지주 체제에 편입되기 어려워진다는 한계가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결국 지주사 체계에 편입돼야 지배구조 개선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호텔롯데로 카드를 넘기는 것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캐피탈 지분은 당장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그룹 내 시너지가 크지 않은 데다 자본확충 부담이 있어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2008년 대한화재를 인수한 이후에도 롯데손보의 시장 지위는 높아지지 않고 있다”며 “롯데카드와 달리 별 시너지도 없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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