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국가의 꿈' 에 도전하는 가상화폐

입력 2017-10-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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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


[ 이상은 기자 ]
1976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화폐의 탈(脫)국가화’라는 짧은 글을 썼다. 정치적인 이유로 중앙은행이 휘둘릴 것을 우려한 그는 시장에서 누구나 화폐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라기보다는 그저 이상론에 불과했던 그 주장은 30여 년 만에 가상화폐의 형태로 실현됐다.

올 들어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수백%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중앙은행 및 대형 금융사들이 잇달아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암호화된 디지털 분산 원장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가상화폐를 ‘다단계(폰지) 사기’로 보는 시각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학계의 관심도 커졌다. 올 들어 관련 논문이나 기고문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주류 학계는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특히 현재의 가격 상승을 지탱할 만한 요인은 딱히 없다는 시각이 더 많다. 지난 8월 말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게재된 앤드루 셩, 샤오 겅 두 홍콩대 교수의 공동기고문 ‘통화(정책) 문 앞의 야만인들’은 현재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두 가지 요인으로 중앙은행의 지나친 유동성 공급과 함께 가상화폐를 꼽았다.

이들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키프로스 그리스 베네수엘라 등에서 가상화폐가 불법 외화반출 등에 쓰이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현재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개입해 관리하지 않고 있지만 “거품이 꺼졌을 때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역시 지난 9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게재한 ‘가상화폐-바보의 금(金)?’이라는 글을 통해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을 무한정 크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고프 교수는 비트코인의 가격문제와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언젠가 폭락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유는 비트코인과 수많은 유사 화폐(알트코인) 간에는 근본적인 기술적 차이가 별로 없으며, 단지 비트코인이 훨씬 광범위한 생태계를 확보했다는 점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각종 규제로 비트코인의 익명성이 상당히 사라지게 된다면 (자유로운 자본이동 및 범죄 등에 대한 활용 수요가 줄어) 현재의 가격을 정당화할 만한 기제가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익명 거래를 소규모로 허용하는 것은 별 일 아니고 기실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것을 대규모로 허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했다. 가상화폐 거래가 중앙은행 화폐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다면 “탈세와 범죄에 대응하기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로고프 교수는 설명했다.

반면 하이에크 식으로 가상화폐 등장을 화폐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소속 제쉬 페르낭드 빌라베르드 교수는 ‘통화 경쟁의 경제학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언제든 내 돈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바꿀 수 있는 세상에서 중앙은행들은 보다 관용적으로 통화를 관리해야 한다”며 “통화 경쟁은 인류의 복지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각국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대응은 극에서 극을 달리고 있다. 중국은 최근 거래소 폐쇄를 지시하는 등 금지하는 쪽인 반면 일본은 비트코인 결제를 장려하는 등 합법화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은 일본처럼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인정해 합법화하려는 방향으로 가는 중이고, 한국은 일부 규제를 도입하려는 분위기이나 장기적인 그림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화폐 자체에는 특별히 내재된 가치가 거의 없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정식 화폐든,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든 마찬가지다. 중앙은행과 같은 보증기관이 없다는 것은 가상화폐의 가치를 부정하는 근거로도, 동시에 그것이 필요한 근거로도 사용되고 있다. 화폐의 통제권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중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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