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발맞춰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을 다루는 학과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교수진은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딱 들어맞는 인력이 부족해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전기전자·통계·경영 등 인접 학문 교수들이 동원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2~3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과 통하는 VR·AI·빅데이터 학과들이 전국 대학에 개설되고 있다. 주로 경영전문대학원(MBA)이나 일반대학원 등 석·박사 과정에 주로 개설되던 이들 전공이 최근 들어 학부 과정에도 신설되는 등 확대 추세다.
홍익대가 2018학년도부터 영상대학원에 VR·AR(증강현실) 콘텐츠 전공을 신설하며 세종대, 순천향대, 남서울대 등도 관련 전공을 운영 중이다. 빅데이터 관련 전공도 이미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경희대·이화여대 등 주요대학 대학원 과정에 여럿 개설됐다.
지방대들도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관련 학과를 만들고 있다. 충북 청주대는 모집단위 광역화와 함께 빅데이터통계학전공, 인공지능소프트웨어전공 등 6개 전공을 신설한다. 경남 인제대도 기존 공과대학 등을 통합해 가칭 소프트웨어대학을 설립, AI전공을 신규 개설한다.
산업 수요와 사회적 유행을 반영해 학과를 만들고는 있지만 교수진 구성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몇 년 새 뜬 분야라 전문가 풀(pool)이 부족한 탓이다. 전임교수 없이 초빙교수 등 비전임교원만으로 교수진을 채우거나, 분야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타 전공 교수에게 주임교수를 맡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산업체에 있는 실무에 능통한 VR·AI·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대학으로 옮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한 사립대 교수는 "산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만큼 현업 전문가들이 대학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이직하면 연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굳이 열악한 환경을 감수하고 대학 교수로 오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0~30년 전 AI를 전공한 교수들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상당히 달라 아무래도 실무적 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한정엽 홍익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무엇보다 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그래야 첨단 기술과 실무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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