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부족할 때 상대방 국가의 돈을 사전약정 환율로 교환해 쓰는 통화스와프는 경제 위기 시에 대비한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 같은 것이다. 한·중 양국이 연장에 합의한 규모는 종전처럼 560억달러(약 62조원, 3600억위안)로, 우리가 체결한 전체 통화스와프의 46%를 차지한다. 미국·일본과는 미(未)체결 상태여서 그나마 남은 안전선을 지킨 셈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847억달러(9월 말 현재)에 달해 당장 외환 부족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 경제의 변동성이 커졌고 우리 경제의 취약점도 적지 않아 매사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나가는 게 맞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장 협상에서 시종 ‘정경(政經)분리’를 강조한 것도 적절했다. 중국이 이 논리를 받아들인 것도 평가할 만하다. 이를 계기로 중국이 ‘북핵 위기’의 근본 원인을 직시하면서 무분별한 사드보복을 철회하고 ‘자유로운 투자, 공정한 교역’이라는 WTO 체제의 개방경제로 복귀하길 바란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한·중 통화스와프가 중국에도 꼭 필요한 협정이라는 점이다.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중장기 전략에 한국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의장국으로 저개발국 개발에 앞장서는 국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외환 안전책 또한 중국에 요긴할 수밖에 없다. 큰 경제 덩치만큼 중국은 외환보유액도 많아 3조1090억달러(9월 말 현재)에 달하지만 지난해 초 조지 소로스 등 헤지펀드의 ‘환(換)공격’을 받았을 때는 위안화 환율이 출렁거렸고 보유 외환이 급감하기도 했다.
험악한 언사를 동반한 사드보복 공세에서도 반도체 같은 부품산업은 언급조차 않은 사실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쟁력이 월등하고 한국산 외에는 대체가 어려운 영역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받게 된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고 곧바로 비명소리가 나오는 국내 관광업계는 그만큼 기반 자체가 취약한 것이다. 실력을 갖춰야 존중받는 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외교·안보도 그렇고 경제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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