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피에르 라파랭 전 프랑스 총리 "한국 자율주행차 개발·해외진출에 힘 보탤 것"

입력 2017-10-15 17:58  

넥센테크 사내이사로 영입된 장피에르 라파랭 전 프랑스 총리

프랑스 상원 부의장 지낸 중국통
넥센그룹 계열 전장기업에 합류

"중국내 인맥 최대한 활용할 계획
한·중 사드갈등은 대화로 풀어야"



[ 박상익 기자 ] “평소 자율주행자동차와 전기차 시장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와 중국에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넥센테크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습니다.”

장피에르 라파랭 전 프랑스 총리(69·사진)는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넥센테크 사무실에서 “한국의 많은 연구소와 대학, 기업이야말로 미래를 바꿀 기술혁명의 주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파랭 전 총리는 2002년 5월부터 3년 동안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유명 정치인이다. 최근까지 상원 부의장·국방위원장 등을 맡아 활동한 그는 전쟁 방지와 평화를 추구하는 비정부기구(NGO) ‘리더스 포 피스(Leaders For Peace)’를 세웠다. 1970년대부터 중국 내 많은 인물과 교류해 프랑스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불린다. 지난 7월부터 넥센그룹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인 넥센테크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넥센테크는 르노삼성, 한국GM, LG전자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의 전기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각종 전기장치를 총칭해 ‘자동차 신경망’으로 불린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넥센테크가 라파랭 전 총리를 영입한 것은 유럽·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그의 인적 네트워크와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대해 그가 많이 조언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중소기업부 장관 경험이 있는 라파랭 전 총리 본인도 디지털화, 대도시 교통 변화 등이 미래상을 바꿀 핵심이라고 생각해 이사직을 수락했다.

그동안 100번 넘게 중국을 방문한 라파랭 전 총리는 한국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관해 조언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방해로 불거진 프·중 외교 갈등을 해결한 경험이 있다. 2008년 4월 티베트 독립 옹호 세력이 프랑스 파리에서 성화 봉송을 방해해 성화가 세 번이나 꺼지는 일이 발생했다. 분노한 중국인들은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펼치고, 중국에 진출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 까르푸를 집중 공격했다. 당시 라파랭 전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 특사로 중국을 찾아 ‘화해 외교’를 펼쳤다.

라파랭 전 총리는 “지역 안보에 대한 공동의 이해 없이는 상황 타결이 어렵다”며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긴장 요소가 증가하고 있는데 긴장이 고조될수록 나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으므로 모두 국제 공조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보는 모든 민족에게 해당하는 글로벌 위협이기 때문에 세계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시아는 경제 성장 동력이 충분해 지역 내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프랑스는 동북아시아 긴장 해소와 협력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먼저 갈등을 일으키는 곳에 압박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태도 변화도 중요하지만 북한 탈핵에 관심을 가진 모든 국가가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파랭 전 총리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압박하는 대신 대화 테이블에서 북한 압박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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