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제1당 탈환할까
한국당, 바른정당서 15명 이상 가세 땐 민주 제치고 1당으로
120석 땐 단독 '법안 저지' 가능
정치권, 탈당 규모에 촉각
"15명 탈당 가능성 낮다" 관측
'합종연횡' 정계개편 오나
민주, 국민의당과 연대 모색
바른정당 잔류파, 국민의당과 공동 교섭단체 구성 시나리오도
[ 유승호 기자 ]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치권 구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단순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 간 통합을 넘어 4당 체제의 여야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바른정당은 의원 단 한 명만 탈당해도 원내교섭단체(20명 이상) 지위를 잃게 돼 국회는 4당 체제에서 3당 체제로 재편된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규모에 따라 한국당은 원내 1당 지위 회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과 연정을 시도하거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손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1당 탈환 노리는 한국당
한국당은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을 받아들여 덩치를 키울 기회를 잡았다. 바른정당 의원 20명 중 15명 이상이 가세하면 한국당은 현재 107석에 더해 최소 122석을 확보, 민주당(121석)을 제치고 원내 1당이 된다.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요구하는 등 국회 운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상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저지할 수 있는 120석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당이 120석 이상을 차지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이 모두 찬성하는 법안도 통과를 막을 수 있다.
변수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규모다. 현재로선 15명 이상이 탈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이혜훈 김세연 박인숙 하태경 지상욱 의원 등 최소 5~6명은 확실한 ‘자강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10명 안팎이 바른정당을 탈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파 대표 격인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김용태 김영우 이종구 황영철 정양석 의원 등이 탈당파로 분류된다. 주호영 의원은 통합파로 알려졌지만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어 탈당 시기는 다소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은 이번주 윤리위원회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등 바른정당 의원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정지 작업을 본격화한다. 한국당 한 의원은 “원내 1당이 못 되더라도 여당에 맞설 힘을 키우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 모색하는 민주당·국민의당
보수 야당 재편에 맞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연대 가능성도 나온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으로 국회가 3당 체제가 되면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협조가 더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대여 공세가 거세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를 뒷받침할 각종 입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최근 민주당의 연정 제안설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지도부가 부인했지만 양당 간 연대론이 다시 나올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이다.
바른정당이 위기 타개책으로 국민의당과 연대할지도 변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강파가 50석 안팎의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 ‘슈퍼 캐스팅보트’ 지위를 얻는 전략이다.
다만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 국회법상 가능한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국회법은 ‘20명 이상의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되며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20명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립된 교섭단체인 국민의당이 교섭단체가 안 되는 바른정당과 함께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양당의 지지 기반이 다르다는 점도 제약 조건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이 같은 연대론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국민의당은 국민의당이다. 정당은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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