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무능 심판' 팸플릿
여당 "국감 정쟁화"…중단 요구
정무위·농해수위 등 국감 파행
한국당 "2년 전엔 당신들도…"
'국정교과서 시위' 사진 꺼내 반박
교문위 '블랙리스트' 공방
야당 "조사위 파견 검사 증인으로"
여당 "정치적 의도 있는 것 아니냐"
[ 서정환/배정철 기자 ] 국회 정무·기획재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12개 상임위원회에서 16일 3일째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국감에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 문구 시위에 나서면서 국감 시작부터 1시간가량 파행을 겪었다. 여당은 전 정부의 ‘적폐’를, 야당은 현 정부의 무능을 지칭하는 ‘신적폐’를 외치며 정면충돌했다. 기재위,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에서도 경제·민생 이슈는 뒷전으로 밀리고 적폐청산 공방이 벌어졌다.
◆여야 바뀐 팸플릿 시위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국감장 좌석 노트북 앞면에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이라고 적힌 문구를 붙이고 국감에 임했다. 정무위 소속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회의장과 달리 상임위는 의원들의 발언 기회가 있는 만큼 (팸플릿은) 정리하는 게 맞다”며 한국당 시위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여야가 충돌하면서 본 질의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당 측은 2년 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이 국감에서 ‘국정교과서는 친일독재 교과서’ ‘친일독재 교과서 즉각 중단하라’는 팸플릿을 노트북 앞면에 붙인 사진을 내밀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한표 한국당 의원은 “과거에도 이런 홍보용 스티커를 붙이고 (국감을) 한 민주당 의원들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정무위는 1시간 정회를 거친 뒤 발언하는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문구를 붙인 노트북을 덮는 선에서 합의하고 국감을 재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 대부분 상임위는 팸플릿을 그대로 둔 채 감사를 했다. 농해수위 국감에서는 여당 의원의 ‘맞불 팸플릿’까지 등장했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진실규명 적폐청산’이란 문구가 적힌 팸플릿을 노트북에 붙여 놓고 맞대응했다. 기재위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곧장 본 질의를 했다.
◆적폐 vs 신적폐 논란
교육문화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설치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증인 채택을 놓고 약 1시간 동안 의사진행 발언을 하며 설전을 벌였다.
야당은 자문기구인 조사위가 조사까지 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며 조사위에 파견된 검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조사위에 파견된 권모 검사에 대해 출석을 명해줄 것을 위원장에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교문위 여당 간사인 유은혜 의원은 “(조사위는) 진상을 파악해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이 있는데,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관세청·조달청·통계청을 대상으로 한 기재위 국감에선 여야가 이전 보수 정권과 현 정부의 실책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면세점 부당 선정’을 도마에 올렸고, 한국당은 평창동계올림픽 부실 대비와 마약 적발 미흡 등 문재인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면세점 선정에서 문제가 된 사례가 3건 있다”며 “롯데를 넣거나 빼기 위한 것인데 적폐청산을 떠나 기본적으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전날 발표한 공수처 정부안의 실효성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민주당은 정부 개혁 의지 후퇴를, 한국당은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지적했다. 과방위 국감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론화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야당의 지적에 여당은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으로 반박했다.
서정환/배정철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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