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비싸고 맛 없는 이유는…

입력 2017-10-17 16:03   수정 2017-10-17 16:09

국회 국토교통위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
"도공-휴게소 위탁운영업체-입점업체 구조 불합리"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이 가격은 비싼 반면 품질이 낮다고 느낀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1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질의가 집중됐다. 매출의 최대 60%를 휴게소 운영업체에 납부하는 기형적 구조가 논란이 됐다.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도공-휴게소 운영업체-휴게소 입점업체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한번 들르고 마는 소비자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비싼 음식을 먹는 사이 그 이익 대부분은 도공과 운영업체가 나누어 가지고, 입점업체는 최소한 마진이라도 남기기 위해 질 나쁜 음식을 판매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제3자 위탁운영이 원칙으로 돼 있다. 현재 운영중인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는 189개다. 이 중 161개는 임대형, 나머지는 도공 직영(3개) 또는 민간사업자가 운영(25개)하고 있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대형 휴게소에서 도공이 거둔 임대료 수입은 지난 2012년 1227억원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1761억원에 달했다. 5년간 43.5%가 증가했다. 도공이 임대형 휴게소에 적용하는 임대요율은 지난 2015년 기준 평균 12.2%로 나타났다. 도공은 휴게소 운영업체와 3~5년 단위로 위탁운영 계약을 맺고 임대료를 징수한다. 임대료는 매출에 임대요율을 곱해 정한다. 운영업체 수입이 도공 수입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문제는 휴게소 운영업체가 입점업체로부터 징수하는 수수료율이 높다는 점이다. 전국 휴게소에서 영업중인 입점업체 1933곳 중 40% 이상 수수료를 내는 곳이 1055곳(54.6%)에 달했다. 475곳(24.6%)은 50% 이상 수수료를 내고 있고, 60% 이상을 내는 곳도 6곳이 있었다. 국토위 의원들은 “보통 30%대인 백화점 입점업체 수수료율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질타했다.

휴게소 운영업체는 지난해 기준 서희건설 엠에스건설 등 건설업체, 삼립식품 파리크라상 풀무원 등 식품업체, 한화호텔앤리조트 등 대기업 계열사, 재향군인회 경찰공제회 등 다양하다. 대보건설 대보유통 보령물산 등 속칭 휴게소 그룹으로 통하는 ‘대보그룹’은 189개 휴게소 중 18개를 운영중이다.

전국 1933개 입점업체를 유형별로 보면 조리음식점(468개)중 403개(86%)가 40% 이상 수수료를 내고 있다. 어묵 감자 등을 파는 즉석음식점 423개 중 298개(70%)가, 커피숍 251개 중 182개(72%)가 수수료 40% 이상을 내고 있다.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수준인 충남 서천휴게소의 수수료율은 58%로 나타났다. 여기서 7000원짜리 음식을 하나 사 먹으면 4060원이 휴게소 운영업체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A휴게소의 한 커피숍은 지난해 매출액이 19억8000만원이었는데 이 중 11억8800만원(60%)을 휴게소 운영업체 수수료로 냈다.

도공은 “매장의 수수료율은 (휴게소)운영업체가 입점업체와 자율적으로 시장 원리에 따라 정하는 만큼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휴게소 상품가격은 업체가 상품코드를 신청하면 휴게시설협회가 운영하는 상품심의위원회에서 가격을 결정해 도공에 통보하고, 도공은 이에 따라 상품코드를 등록하고 있다. 이 의원은 “조리음식점에 대해선 직영을 원칙으로 하고 상품종류별 수수료 상한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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