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차등화' '상여금 포함'이 최저임금 개편 키워드

입력 2017-10-17 18:03  

30년 만에 손보는 최저임금제도

최저임금 큰 폭 인상 중소상공인에 직격탄…미준수율 14%
1개월 초과해 지급 상여금 등 산입, 통상임금과 보조 맞춰야
일본처럼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투트랙' 운영이 합리적

이정 <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최저임금제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894년 뉴질랜드의 ‘산업조정법’을 시작으로, 많은 국가에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해왔다. 우리나라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시에 근거규정을 뒀는데 당시 경제상황을 고려해 유예하다가 1988년에 처음 시행하게 됐다. 최저임금제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늘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 노동이 소득의 원천인 임금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제는 공동체를 통합하고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지켜주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사적 자치 및 시장경제에 대한 개입이므로 제도설계 및 운영에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로 시행 30년을 맞은 최저임금제도를 개편한다고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제시한 6가지 제도 개선 과제를 연내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가 논의할 세부과제는 경영계가 제시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업종 및 지역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노동계가 제시한 △가구생계비 계측·반영 방법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 개선과 저임금 해소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등이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문제라 과연 연내 원만하게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논의는 2004년, 201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전 두 번의 논의에선 노사대립으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혼란만 초래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 노·사·정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를 위해 몇 가지만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가 최저임금 제도 개편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소득양극화로 인한 격차문제 해소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첫 단계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더불어 대선공약 중 하나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대로 인상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다. 사상 최대 인상 폭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을 끌어올려 격차를 줄이고 근로자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내수를 진작한다는 소위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광폭 인상이 반드시 경제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중소·영세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해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를 야기할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최저임금 정부보조

정부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세 중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과거 5년간의 평균 인상률을 웃도는 비율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 금액이 자그마치 3조원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을 지역·업종 등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인상하다 보니 이로부터 생긴 부작용을 혈세로 메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손실을 정부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시장경제주의에 맞지 않으며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런 재정적 지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의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 납세자의 부담 증가 및 경제 개입에 따른 부작용 등을 고려해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제를 신속하게 정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봉 5000만원도 최저임금 미달?

이와 함께 이번 논의에서는 반드시 법제도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여기서 최대 쟁점은 역시 경영계가 요구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와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여부가 될 전망이다. 현행 최저임금법령에 의하면 기본급과 월 고정수당만 최저임금 계산을 위한 산입 대상에 포함되고,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나 복리후생 성격의 수당, 시혜적 성격의 현물급여 등은 제외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연봉 4000만~5000만원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통상임금 산정 시에는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등 산입범위를 점점 넓혀가는 법원 판례의 추세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정부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실현이라는 최저임금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 산정범위를 무작정 시혜적인 것까지 확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통상임금과는 산입범위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1959년에 제정된 일본의 최저임금법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일본의 최저임금법제와 비슷한 구조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운용실태는 매우 상이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산입 대상에서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1개월을 초과하는 임금(상여금 등)’을 제외하고 있다. 일본에서 상여금은 대략 연 2회(하계 및 동계) 지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정기상여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미국과 같이 인센티브적인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일본은 독일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최저임금 산입 대상에서 상여금을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수년 전 통상임금을 둘러싼 분쟁에서도 일어났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이유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바 있다. 그렇다면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들을 최저임금 산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논리에 맞다.

또 하나 일본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최저임금을 보다 합리적으로 산정하기 위해 업종별·지역별 차등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이 이처럼 최저임금을 투트랙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지역별 물가수준과 경제사정, 업종별 고용환경과 노동의 강도 등 특수성을 임금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도 최저임금을 천편일률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법령 개정을 통해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여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준수자 형사처벌 능사 아니야

이외에도 최저임금의 준수율 제고, 적용제외 및 형사처벌 완화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 여지가 있다. 우리의 경우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미준수율이 약 14%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 중에는 고의적으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재정능력 부족이 원인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영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많고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여기에 집중돼 있는 만큼, 최저임금 결정에서 사업주의 임금 지급 능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저임금 미준수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통한 시정보다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을 감액 대상으로 하는 등 완화의 여지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제를 시행 후 30년 만에 손보는 만큼, 이번만은 노사 모두가 납득하는 균형 잡힌 대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이정 <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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