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의 역설…중국의 잠재적 경쟁자 키울 수도 '경고'

입력 2017-10-18 16:58   수정 2017-10-23 09:53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도체 호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경쟁자를 키우는 역설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3D크로스포인트’를 내놓으며 20여년만에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복귀한 인텔과 내년말부터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인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8일 열린 ‘반도체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한 발표자는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에 들어가면 당분간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반도체 업황이 워낙 좋아 초기부터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속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조기에 시장에 안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에서는 JHICC가 D램 공장을, YMTC가 낸드플래시 공장을 내년말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들이 생산한 반도체는 2019년부터 시장에 나와 시장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선두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미세화는 10나노미터(㎚) 안팎에서 벽에 부딪혀 중국 기업들과의 상대적인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높은 D램 가격은 인텔의 3D크로스포인트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텔이 2분기부터 시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3D 크로스포인트는 D램보다 속도는 낮지만 가격이 10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최근 호황에 따른 D램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PC 제조사들이 3D크로스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3D크로스포인트는 크리스털 등 비정질 물질을 이용해 전하를 가둬 데이터를 저장하는 P램의 일종으로, D램보다 느리지만 낸드보다 빠르고 기억을 영구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성격의 메모리 반도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위협이 현실화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3D크로스포인트를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이는 3년 후에는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박신승 D램 상품기획 수석은 “중국 업체들은 3~5년간 한국 업체들이 생산하지 않는 저사양 메모리를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 전망”이라며 “대만의 난야 등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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