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월마트도…"공동의 적 아마존 막자" 잇단 합종연횡

입력 2017-10-18 20:06   수정 2017-10-1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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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기업인이 이끈다
(2) 업종 경계 허무는 '아마존 태풍'

S&P500 기업 CEO들 언급 1위 단어는 '아마존'
오프라인 유통 등 후발사업도 단숨에 선두 위협
이(異)업종간 제휴·M&A 불러 또 다른 혁신 유발도



[ 송형석 기자 ] “우리가 맞닥뜨린 최대 위협은 아마존이다.”

지난 7~8월 미국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발표 행사에 참여한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아마존’이었다. S&P500 기업 중 67개사 CEO가 아마존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아마존과 같은 업종에 속해 있는 유통업체만이 아니었다. 자동차 부품과 제약업체 대표들도 아마존을 잠재적인 경쟁자로 꼽았다. 미국 기업 사이에서 ‘아마존드(Amazonned·아마존에 의해 파괴된다는 뜻)’란 신조어가 유행하게 된 배경이다. 아마존이 끊임없이 기존 영역을 파괴하고 경계를 허물면서 생존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거침없는 영역 파괴

유통 시장에선 월마트와 이베이,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선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마존의 경쟁자다. 아마존은 페덱스와 UPS가 장악하고 있던 물류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전투력이 여러 업종으로 분산돼 있지만 싸움의 승자는 대부분 아마존이다. 미국에서만 8000만 명에 달하는 연간 유료 회원들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아마존’ 꼬리표를 단 상품과 서비스를 습관적으로 구매하며 경쟁사들의 의욕을 꺾어버린다. 시장점유율만 높일 수 있다면 이익은 포기해도 좋다는 아마존 특유의 ‘저가 전략’이 경쟁사들을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마존이 경쟁사들보다 2년 일찍 진출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이미 난공불락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시장점유율은 44.2%에 달했다. 2위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점유율(7.1%)의 여섯 배다. AWS의 힘은 가격경쟁력에서 나온다. 여력이 생길 때마다 클라우드 서버의 사용요금을 내리는 방법으로 경쟁 업체를 도태시켰다.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구글은 야심작 ‘구글홈’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나 여전히 20%대 점유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을 통해 쇼핑하고 음악을 듣는 유료 회원 대부분이 ‘아마존 에코’ 이외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유기농 식료품 유통업체 홀푸드를 인수한 직후 에코 가격을 170달러에서 99달러로 낮췄다.

아마존이 뒤늦게 뛰어든 시장에서도 선두권 업체들과의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선 스포티파이가 40% 점유율로 1위, 애플 아이튠스가 19%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아마존은 16%로 3위를 기록 중이지만 애플과의 격차가 3%포인트밖에 안 된다. 아마존은 매년 99달러를 내면 가입할 수 있는 프라임 회원들에게 100만 곡 이상의 음원을 무료로 제공한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별도로 과금하는 수익모델을 갖춘 업체들이 맞대응하기 힘든 구조다.

월마트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 역시 아마존의 손아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홀푸드를 오프라인 전진기지로 활용하면서 특유의 저가전략으로 오프라인 시장을 확대해 나가면 고정비용이 큰 오프라인 업체들이 아마존을 당해내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무인점포 ‘아마존고’의 등장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치열한 생존경쟁 유발

세계 최대 포털 업체인 구글과 미국 2위 할인점인 타깃은 지난 12일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구글의 쇼핑서비스인 ‘구글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1816개에 달하는 타깃 점포에서 주문한 상품을 찾아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제휴의 골자다. 타깃 회원 신용카드를 활용해 구글에서 쇼핑을 하면 5% 할인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코스트코 등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구글이 연합군 범위를 타깃으로 넓힌 배경엔 아마존이 있다. 독자적인 역량만으론 아마존을 견제하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 연합군을 구성했다는 해석이다.

월마트는 제휴와 더불어 인수합병 카드를 함께 쓰고 있다. 지난해 전자상거래 업체 제트닷컴과 온라인 신발 판매 업체 슈바이, 온라인 의류 판매 업체인 모드클로스 등을 인수하면서 온라인 유통사업을 강화했다. 아마존보다 열위에 있는 온라인 유통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월마트의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5만여 종으로 1년 전보다 다섯 배가량 늘었다.

시장에선 아마존에 대항해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이나 인수합병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랫폼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아마존에 대응하려면 장점이 다른 여러 회사들이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시애틀=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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