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업계, 최악 피했지만…'탈원전' 정책 유지에 '일감 절벽' 우려

입력 2017-10-20 17:40   수정 2017-10-21 06:25

신고리 원전 공사 재개

업계 "장기적으론 불안"

원전 수출은 탄력 받아
영국 21조 사업 등 줄줄이 입찰
건설사·협력사 동반진출 기회

업계 "신한울 사업 지속돼야"
"공론화위 원전 축소 권고 부담
신고리 다음 사업은 어쩌나"



[ 안대규/박재원 기자 ] 원전업계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안도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예정됐던 물량을 확보하게 된 국내 업체들은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의 변함없는 탈(脫)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원전 중견·중소기업들은 ‘일감절벽’을 우려하고 있다.


◆54조원 해외시장 노린다

신고리 5·6호기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건설 공사를 수주한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 등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이미 30%가량 공정이 진행된 상황에서 건설이 중단되면 매몰비용, 보상비용 등으로 2조8000억원가량을 날릴 것으로 우려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나면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의해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조6000억원 규모인 이번 사업이 정상적으로 재개됨에 따라 원전 수출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통상 5000㎿ 규모의 원전 1개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조원이다. 이 가운데 건설 비용 2조5000억원은 건설사 몫이고 나머지 2조5000억원은 기자재 공급업체로 돌아간다. 한국전력이나 한수원이 원전 수출에 성공하면 국내에서 시공을 맡아온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건설사와 기자재를 공급해온 두산중공업을 포함해 1200여 개 협력업체에 동반 진출의 기회가 생긴다.


내년까지 진행될 해외 원전 입찰은 54조원 규모다. 올해 말 인도에서 1조원 규모의 원전 기자재 공급업체가 선정될 예정인데, 두산중공업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상반기 사업자 선정이 예상되는 21조원 규모의 영국 원전사업 역시 한전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22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과 10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은 내년 입찰이 시작돼 2019년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국내 원전업계는 이번 결정을 통해 원전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만큼 해외 수주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다만 세계 원전 입찰이 기업 주도가 아니라 국가 대항전 성격으로 전개됨에 따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5년까지 계획된 신규 원전은 총 27개국 164기(200GW)에 달한다. 시장 규모는 8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업계 “계획 중인 원전사업 지속돼야”

업계는 이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축소를 권고한 데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다. 원전 축소 권고로 인해 자칫 7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됐던 정부의 신한울 원전 3·4호기(경북 울진군)와 천지 원전 1·2호기(경북 영덕군) 건설 계획이 틀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올 연말 8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2027년 준공 예정인 신한울·천지 원전의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 범위가 신고리 5·6호기에 한정된 만큼 정부의 장기 원전정책까지 언급한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원전 중소기업들은 신고리 5·6호기 다음에 마땅한 일감이 없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원전설비 전문업체인 무진기연의 조성은 대표는 “신고리 5·6호기가 2021~2022년 준공되는데,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원전(2032~2035년 준공)을 수주한다고 가정해도 4~5년간 ‘일감절벽’이 발생한다”며 “그 사이에 일감이 없으면 인력과 설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대규/박재원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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