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건설 여부만 결정"
당초 정부 약속과 달라
'맞춤형 권고안' 의혹
[ 이태훈 기자 ]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0일 내놓은 정부 권고안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라’는 것 외에도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 결정을 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론화위가 471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에는 ‘원전 축소·확대·유지 중 하나를 고르라’는 문항이 있었다. 마지막 4차 조사에서 축소가 53.2%, 유지가 35.5%, 확대가 9.7%로 나왔다. 공론화위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문구를 권고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는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공론화위의 권고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공론화위의 정식 명칭은 ‘탈원전 공론화위’가 아니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공론화위는 탈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게 아니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만 결정한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정부는 공론화위의 권고 범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에 국한한다는 것을 ‘방패막이’ 삼아 공론조사 기간 여러 차례 중립성 훼손 논란을 일으켰다. 백 장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탈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동영상 인터뷰를 올리고, 산업부가 탈원전을 주장하는 측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에너지전환정보센터’를 세운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신고리 5·6호기와 탈원전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랬던 정부가 공론화위의 두 가지 핵심 권고안 중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가 아니라 ‘원전 축소’에 초점을 맞춘 반응을 내놓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공론화위가 권고한 원전 비중 축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따른 시민단체 반발을 고려해 정부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 ‘맞춤형 권고안’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이 의심이 사실이라면 ‘숙의 민주주의를 위한 실험’이라는 공론화위의 자평은 공허한 외침이 될지도 모른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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