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고향은 애버딘이다. 스코틀랜드 북동 해안지역에 있다. ‘화강암 도시’로 유명하지만 1970년대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가 발견되면서 ‘유럽의 석유·가스 수도’가 됐다.
영국 조선업은 새로운 경쟁 업체(한국 포함)의 등장으로 위축됐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의 해상 공학과 설계 기술을 갖고 있다. 해상 보험과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북해의 혹독한 환경에서 석유와 가스를 개발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영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해양 경쟁력을 갖고 있다. 영국 해양산업의 가치는 약 530억달러로 추정된다. 매년 수출 규모가 160억달러에 이른다.
로이드선급이나 롤스로이스 등 해양산업에서 중요한 몇몇 영국 기업은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영 양국의 민간과 군수 해양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협력이 이뤄지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가 한국에 부임했을 때 대우조선해양이 영국 해군의 유조선을 건조하고 있는 것을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네 척의 유조선은 영국의 새로운 항공모함 운항에 필수다.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도 건재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국제 입찰에서 이를 수주해 한국 조선업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필자는 강철 절단과 용골뿐 아니라 세 척의 선박 명명식에도 참석했다. 내년 초 네 번째 배의 명명식을 기다리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가장 인상적인 행사는 작년 6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로열더치셸의 프렐류드 가스탐사선 출항 기념식이었다. 한국을 찾은 런던금융시장과 함께 프렐류드에 들어갔는데, 우리는 거대한 선박 내부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어버렸다. 운 좋게도 누군가 우리가 일행보다 뒤처진 것을 깨닫고 찾으러 와줬다.
영국 방산업체 레오나르도는 최근 성능이 매우 우수한 ‘와일드캣’ 대잠수함 헬리콥터를 한국 해군에 공급했다. 영국에서도 이 헬리콥터가 운용 중이다. 현재 영국 해군 헬기 엔지니어 2명이 한국 해군과 일하면서 전문 지식을 교환하고 있다.
이번달 부산에서는 중요한 전시회 2개가 열린다. ‘국제해양방위산업전’과 ‘국제 조선 및 해양산업전’이다. 민간과 군의 해양 분야에 영국의 전문성을 알리면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화강암 건물과 벽을 볼 때마다 필자는 고향을 떠올리면서 자연스럽게 한·영 양국 간 튼튼한 유대 관계도 생각하게 된다.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해상산업의 우수성은 정말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덜 알려진 분야 가운데 하나다.
찰스 헤이 < 주한 영국대사 enquiry.seoul@fco.gov.u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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