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 기자 ]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의사의 처방에 의문이 생기는 일이 종종 있다. 하지만 병원을 옮겨 재진료를 받으려고 하면 기존에 받은 값비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전 병원에서 받은 검사 기록이 새로운 병원에 전달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이다.
‘메디블록’은 올해 창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그동안 병원에서 관리하던 의료정보를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개인이 모두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이 업체의 주된 사업이다. 기술이 현실화되면 환자는 그동안의 의료 기록을 한 번에 새 주치의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의사는 누적된 의료 기록을 토대로 정확한 진료가 가능해지고, 환자는 저렴한 값으로 더 나은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의료정보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힌 이 아이디어는 공동창업자들의 독특한 이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공동창업자인 고우균 대표와 이은솔 대표는 모두 의사 출신 개발자다. 고 대표는 대학 및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치의과대학원에 입학, 치과의사로 직업을 바꿨다. 이 대표는 반대로 의과대학 출신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이 많아 대학 시절 각종 데이터 연구실에서 근무했다. 영상의학전문의가 된 뒤 의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활동했다.
고 대표는 “의료현장을 경험하면서 의료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소프트웨어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환자 중심으로 의료정보가 관리되면 완벽한 보안 속에서 의료정보가 공유될 수 있어 이 기술을 접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의료정보 분야에 접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블록체인은 금융거래에서 모든 사용자와 거래내역을 공유하며 위변조가 불가능한 형태로 활용돼왔다. 메디블록은 금융거래 정보 대신 의료정보를 여기에 활용한다. 환자는 의료 기록, 웨어러블(입는) 기기 등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를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 곳에 통합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통합된 데이터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인공지능(AI)이 접목되면 실시간으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고, 자동으로 보험청구 및 심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를 의료연구기관 등에 제공해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블록체인 기반인 만큼 데이터의 위변조는 불가능하고 개인이 승인한 대상에서만 의료정보 열람이 가능해진다.
의료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관과 이를 제공하는 환자 사이에 ‘정보’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암호화폐는 플랫폼 내에서 일종의 포인트로 활용된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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