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과 증세는 논리적으로 모순
감세로 민간활력 높인 정부의 성과가 더 좋았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자문위원회(CEA) 제안을 받아들여 31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최근 내놓았다. 그동안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아 가계소득으로 선순환되지 않았고, 소득세도 소득구간이 지나치게 세분화됐으며 최고세율이 높아 가처분소득이 충분히 증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득 선순환을 위해 15~35%의 법인세율을 20% 단일세율로 통합해 인하하고, 소득세도 과표구간을 7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며, 최고세율을 39.6%에서 35%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세제개편으로 가구당 4000달러의 혜택을 돌려주겠단다.
트럼프의 감세안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오버랩된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가계 소득을 두둑하게 해 줘야 소비 여력이 생기고 소득 창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논리는 정확히 감세기조 아래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이 낮아지면 직원에 대해 급여를 올려줄 수 있고 주주에 대한 배당 여력도 커진다.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넉넉하게 쳐준다면 협력업체 직원 급여도 오를 수 있다. 소득세 인하는 그만큼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킨다. 감세는 생산된 국민소득 중 ‘정부의 몫’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감세가 이뤄지면 감세한 만큼 가계소득이 증가한다. 감세의 효과와 방향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다르다. 포스트 케인지언의 ‘임금주도(wage led) 성장’ 논리를 차용하면서 작명만 소득주도 성장으로 비틀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논리적 정합성을 가질 수 없다.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으로 소득을 키우는’ 즉, 목적어와 주어가 구분되지 않음으로써 인과관계가 정의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가계소득을 두둑하게 해 주려 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이다. 누군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 것 이상으로 자기 몫을 찾아가면 다른 누군가는 초과배분된 것만큼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정 부분을 국고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은 민간 부문 다른 누군가의 주머니가 그만큼 가벼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세가 아니면 민간 부문 전체의 주머니가 두터워질 수 없다.
증세와 소득주도 성장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초과세수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평균 국세 세수진도율을 기초로 계산한 올해 세수 추정치는 본예산 기준으로 예산액보다 27조원 많은 269조원이다.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만 호황을 누린 셈이다. 초과세수가 걷히지 않았다면 그 돈은 ‘민간의 주머니’에 남아 있었을 것이고 그만큼 소비돼 소득의 선순환을 이뤘을 것이다.
초과세수 상황에서 정부는 도리어 증세를 꾀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소득세 최고세율은 40%에서 42%로 올릴 예정이다. 세수 증가분을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같은 복지재원 등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지출이 증가하면 그만큼 가계소득은 증가한다. 하지만 이때 소득은 부가가치로서의 소득이 아닌 이전소득이다. 초과세수 상황에서 증세를 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이란 용어를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재정주도 성장’이라는 제 이름을 찾아가야 한다.
가계소득이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나라는 없지만 모든 나라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론이 다르기 때문이다. 증세와 감세 중 무엇이 맞는가. 과거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지난 정부의 조세부담률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의 조세부담률은 1.4% 증가(18.2→19.6%), 이명박 정부는 0.6% 감소(19.3→18.7%), 박근혜 정부는 1.5% 증가(17.9→19.4%)했다. 한편 지난 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과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세계 성장률 평균에 못 미쳤고 이명박 정부만 세계 평균 성장률을 웃돌았다. 감세를 통해 민간 활력을 높인 정부의 성과가 좋았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외피(外皮)로 증세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재정주도 성장의 정공법을 택하되 결과에 책임지면 된다. 세율이 높아진다고 세금이 더 걷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만 ‘큰 정부’의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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