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에 등록된 회원 수는 현재 1만7000명이 넘는다. 전국 변호사의 약 75%가 가입해 있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변호사들도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다양한 행사를 하는데 봄과 가을에는 단체 산행을 간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친목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평소 알고 지내던, 혹은 모르던 변호사들끼리 소통의 시간을 가진다. 산을 오르며 대화하고, 내려와서 같이 목욕하고, 반주 한잔과 더불어 식사하면서 정을 나눈다. 매번 처음 출발할 때의 서먹함이 아쉬움으로 변해 헤어지게 된다.
산을 오르는 동안 잠시 휴대폰을 손에서 놓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등산을 통해 인생을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운다. 법전에는 나오지 않는 법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산을 오를 때마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지만 몇 가지만 정리해 본다.
첫째,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한 걸음씩 올라야 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무리 목표가 높다고 해도 천천히 배우고 하나씩 준비해 나가야 한다. 성공에만 집착해 기초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끊임없이 법조윤리교육을 하고 있다.
둘째, 높은 산을 오르려면 반드시 중간에 쉬어야 한다. 초반에 의욕적으로 앞장서다가 산행을 중단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모든 일에 열정이 필요하지만, 때론 재충전하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쉴 줄도 알아야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뜨끔하다. 자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훈수 두기는 쉽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셋째, 더 멋지고 많은 것을 보려면 더 높이 올라야 한다. 산을 오르다 보면 중간에 멋진 경치에 감탄할 때가 있다. 그러나 어떤 산이든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최고로 멋지다. 또한, 멋진 풍광과 더불어 정상을 올랐다는 성취감이 생긴다. 다른 일도 참고 견디면 보답이 온다는 믿음과 경험이 생기게 된다.
넷째, 산에 올랐으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천년만년 정상에 머물 것으로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을 간혹 보게 된다. 뒤에 올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 줘야 한다. 본인도 살기 위해 반드시 출발한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산처럼 권력 역시 누구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 잠시 점유할 뿐이다. 공직자들도 산을 오르면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으면 한다.
이찬희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chanhy65@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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