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합격자 취소 검토 지시

입력 2017-10-23 21:26  

"관련자 민·형사상 책임 물어 반칙과 특권의 고리 끊겠다"
불투명 관행 개선 강력 주문

혁신성장 정책은 '가속도'
"연내 1.4조 벤처펀드 조성"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필요하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 비리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서도 채용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최근 불거진 강원랜드와 우리은행 등 채용 비리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 등의 불투명한 채용 관행을 개선하라고 강도 높게 주문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측은 이날 문 대통령 발언에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본격적인 공공기관장 인사를 앞둔 시점이어서 일각에선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의 신호탄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인턴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물론 강원랜드,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등에서 전방위적인 채용 비리가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 비리를 보면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어쩌다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이어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국민에게 아주 큰 실망을 줄 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줬다”고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이번 기회에 채용 비리 등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며 “청탁자와 채용 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해서는 엄중한 민·형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서도 채용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하는 방안과 함께 채용 절차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고 감독체계도 강화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채용 절차 및 위반 시 제재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이 채용 비리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제재할 명시적인 규정도 부족하다”며 “채용 공고에 부정 행위자 합격 취소 규정이 없어 부정 행위자 퇴직 조치가 어려운 점과 공공기관의 자체 감사 시스템 보완책 등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법령 및 감독 체제 정비, 처벌 강화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당 채용자의 취소 및 무효 조치가 나올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또 “혁신 기업이 우리 경제의 활력과 미래를 이끌 근간인 만큼 혁신 창업 대책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성장 정책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연말까지 1조4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이 펀드가 혁신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경제 활력 확산에 기폭제가 되도록 집행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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