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갑옷과 투구를 쓴 헐크(마크 러펄로 분)가 원형 경기장에서 검투사 복장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를 사정없이 패대기친다. 반격에 나선 토르가 번개로 일격을 가하자 헐크가 나뒹군다. 어벤저스팀의 헐크와 토르가 낯선 행성에 붙들려와 로마시대 검투사처럼 싸운다. 24일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디즈니의 판타지 대작 ‘토르 : 라그나로크’(25일 개봉)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할리우드 영웅 영화 두 편이 가을 극장가에 선보인다. ‘천둥의 신’이란 외계인 슈퍼히어로가 자신의 고향 행성을 지키기 위해 악당과 맞서는 ‘토르 : 라그나로크’(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와 기상이변 위기의 지구를 구하는 영웅을 그린 워너브러더스의 ‘지오스톰’(딘 데블린 감독)이다.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에서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말이다. ‘죽음의 여신’ 헬라(케이트 블란쳇)가 아스가르드를 침략해 토르의 전능한 쇠망치를 파괴하고 백성들을 살육하면서 라그나로크 상태에 이른다. 도망자 신세의 토르는 현상금 사냥꾼에 붙들려 노예 검투사가 되지만 곧바로 팀을 규합해 헬라와 대결한다. 2억1000만달러를 투입한 이 영화는 전편에 스펙터클한 액션 신을 펼쳐놓는다.
헬라는 마블출판사의 만화 속 영웅 중 최강의 여성 악당이다. 토르와 동생 로키, 헐크까지 힘을 합쳐도 당해낼 수 없다. 그러나 토르가 영웅인 이유는 죽음을 무릅쓰고 헬라에 대항하는 용기와 지혜를 지녀서다. 영화 속 유머는 대중성을 확장한다. 헐크와 토르가 서로 자신이 싸움에서 이겼다고 우기거나 우주선에서 헐크로 자신있게 뛰어내려야 하는 순간 미처 변신하지 못한 채 배너 박사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객석의 웃음이 터져나온다.
지난 19일 개봉한 ‘지오스톰’은 지구 전체의 기상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무시무시한 재앙을 불러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프가니스탄 사막에서는 사람들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한파가 엄습하고, 홍콩 대로변에서는 용암이 분출한다. 시스템 통제권을 지닌 미국 정부 관료의 말을 듣지 않다가 퇴출됐던 시스템 개발자 제이크 로손(제라드 버틀러)이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복귀한다. 미국 국기가 박힌 유니폼을 입은 과학자인 제이크는 각국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정의의 집행자로 나선다. 미국의 정치 관료는 악이지만 시민들은 선이란 등식이 성립한다.
영웅 제이크를 움직이는 동력은 리더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이다. 자신이 만든 기계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가 탐욕의 정치인에 대항하는 힘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또한 ‘아메리카 퍼스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각국의 공조와 상생의 가치를 역설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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