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작되는 환경규제,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
[ 박재원 기자 ] “해운업은 경기순환형 사업에서 기술주도형 사업으로 변화했습니다. 2020년 세계 환경 규제가 시행될 때까지 남은 2년2개월 동안 연구개발(R&D)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24일 한국경제신문사와 부산시가 주최한 ‘해양산업 CEO포럼’ 기조세션 발표자로 나선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는 “환경 규제로 해양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7위 국적선사이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뒤 국내 유일한 국적선사로 남아 있다. 현대상선 수장인 그는 “해양산업은 한국이 앞서 있는 조선업과 정보기술(IT)산업을 기반으로 다시 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친환경 규제, 선박 디지털화 등에 대응할 최신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해양산업 CEO포럼은 한국 조선·해운사업 재건을 위해 올해 처음 기획된 행사다. ‘내강외강(內剛外剛), 조선해양산업의 정상화와 재도약’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국내·조선해운업계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선 국내 해운산업이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 등으로 세계시장에서 속절없이 밀리고 있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해운산업의 당면한 위기와 대책’을 통해 “위기인식이 없다는 것이 현재 우리의 가장 큰 위기”라며 경각심을 당부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한국 해운업계의 전체 매출은 2008년 52조원에서 지난해 28조원으로 급락했다. 김 부회장은 “2009년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 해운업을 키우기 위해 252억달러를 투자했지만 한국 정부는 채권 회수에만 몰두한 결과”라며 “한진해운 파산으로 우리 제조업이 해외 선사의 네트워크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조선·해운업계가 가장 주목한 것은 다가올 글로벌 환경 규제였다. 특히 2020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황산화물 규제에 논의가 집중됐다. 앞으로 2년 뒤 세계 바다를 다니는 선박은 황산화물 배출량을 현재 3.5%에서 0.5%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 규제의 골자다. 선사들이 이를 지키기 위해 저유황유를 사용하면 매년 600억달러(약 65조5000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참석자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봤다. 친환경 LNG선박 등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위기에 빠진 한국 해운업이 재도약할 기회가 생길 것이란 기대다. 윤희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해양산업이 재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규제와 디지털화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1위 해운회사 머스크라인의 로버트 반 트루이젠 아태지역 최고경영자(CEO)도 “해운업계가 ‘파괴적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기존 호텔업과 택시서비스를 위협했듯 해운업계도 디지털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큰 낭패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머스크라인은 모든 냉동 컨테이너에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해 실시간으로 화물 위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원격 컨테이너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향후 해운업은 선박 크기가 아니라 고객 서비스 만족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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