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19세기 산업혁명과 비약적인 과학 발전의 산물이다. 선구자는 쥘 베른이다. 1860년대 《해저2만리》, 《달세계 일주》 등 80여 편의 과학모험 소설을 썼다. 그가 150년 전 상상한 비행기, 잠수함, 달 여행 등은 모두 현실이 됐다.
과학지식에 공상적 모험담을 가미해 SF를 독자적 장르로 발전시킨 것은 허버트 조지 웰스다. 웰스는 1895년 데뷔작 《타임머신》을 비롯 《투명인간》, 《우주전쟁》 등 100여 편을 남겼다. 베른, 휴고 건스백과 더불어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꼽힌다. 그가 꿈꾼 시간여행은 지금도 소설과 영화에서 수없이 변주되고, 우주여행은 대중화를 눈앞에 뒀다.
1, 2차 대전을 거치며 SF에 문명비판이 가미돼 문학적 위상이 더 높아졌다. 예브게니 자먀찐의 《우리들》(192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 조지 오웰의 《1984》(1949)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이 번호나 등급으로 분류되고, 고도의 감시·통제 속에서 산다는 설정은 오늘날 SF영화의 공식이 됐다.
전후에는 ‘SF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에 의해 SF 전성시대가 열렸다. 개연성 있는 상상력으로 과학의 대중화와 현실화를 앞당겼다. 아시모프는 《아이 로봇》(1950) 등을 통해 ‘로봇 3원칙’을 제시해 ‘로봇공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쓴 클라크는 통신위성 구상을 1945년 처음 내놨다.
SF의 기발한 상상과 모험담은 끊임없이 영화화돼, 자라나는 세대에는 미래지향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요즘 각광받는 가상현실(VR)도 이미 영화 ‘저지 드레드’(1995)에서 진즉에 선보인 것이다. ‘스타워즈’, ‘트랜스포머’의 공상이 현실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구미에서는 SF를 순수문학과 대등한 지위에 놓고 본다. 과학계도 SF에서 영감을 얻는다. 반면 국내 문학계는 SF와 추리소설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보니 상상력과 콘텐츠 빈곤이 더 도드라진다. 다행히 최근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이 나와 SF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SF의 노벨상’인 휴고상(賞)을 최근 2년 연속 중국 작가가 수상한 것도 고무적이다.
오는 31일부터 내달 5일까지 국립 과천과학관에서 ‘SF 2017’ 축제가 열린다. 과학과 SF 체험, SF영화 속 과학 강의, SF 포럼, SF어워드 시상식이 펼쳐진다. 미래 주역들의 상상력을 일깨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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