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손 돕기 나선 김병원 회장의 탄식

입력 2017-10-25 18:00  

"고령농 은퇴공백, 젊은층이 메워야 할 텐데…"

충남 홍성서 배추 수확
청년 일자리 부족 해결에 농촌은 블루오션 같은 곳
밭농사 기계화 투자 확대



[ 오형주 기자 ]
“우리 농업의 고질적인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젊은이가 농촌에 많이 들어와 농사의 규모화와 기계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지난 24일 충남 홍성군 결성면 읍내리. 알이 꽉 찬 초록빛 배추가 야트막한 비탈밭에 줄지어 선 모습을 지켜보던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한숨을 쉰 뒤 “가을은 모든 작목의 수확이 한꺼번에 몰려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 회장을 비롯한 농협 임직원과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고주모)’ 회원 등 320명은 2924㎡에 달하는 밭에서 배추 약 9000포기를 수확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농협은 농촌 고령화로 일손부족 현상이 극심해지자 올해 연인원 55만 명 투입을 목표로 일손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밭에 들어가 배추 한 포기를 집어든 김 회장은 “배추에 섬유질이 풍부한 게 참 잘 익었다”며 “포기가 더 차면 맛이 없어지니 지금이 수확하기 딱 좋다”고 설명했다. 전남 나주의 시골 농협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조합장 등으로 일하면서 30여 년간 직접 농사를 지은 오랜 ‘농사꾼’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수백 명이 배추밭 곳곳으로 파고들어 수확에 나선 모습을 지켜보던 김 회장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그는 “이렇게 노동이 농사를 지배하는 노동집약적 농업을 하다 보니 농가 소득이 높아질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이면 지금 농촌에 남아 있는 고령층 대부분이 은퇴하는 시기가 다가온다”며 “그 노동력 공백을 젊은이들이 기술과 자본이 결합된 기계화된 농업으로 메우는 세대교체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밭농사 기계화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연구개발(R&D)이 시급하다”는 말도 했다. 논농사는 그간 R&D에 힘을 쏟은 결과 기계화가 상당히 진척됐으나 기계화 수준이 낮은 밭농사는 여전히 노동집약적 농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촌의 일손 부족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통을 겪는 청년에게는 거꾸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농촌은 청년 일자리 부족 현상을 해결해줄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며 “청년들이 농촌에 정주할 수 있게끔 정부가 환경을 조성하고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농협의 요양사업 구상도 소개했다. 그는 “전국 8개 지역농협에서 재가(在家)노인복지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2020년까지 전국에 200개 이상으로 확대해 고령 농민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성=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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