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돈·남편 사용법

입력 2017-10-26 18:05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일본의 유명 자산컨설턴트 이이치 아이(市居愛). 그녀는 31세 때 육아와 과로 때문에 병을 얻었다. 쉬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려던 즈음, 금융위기가 닥쳐 남편이 실직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당장의 지출이 문제였다. 매월 나가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대금, 통신비….

그녀는 재정 설계를 위해 ‘돈의 통로’를 점검했다. ‘지갑’과 ‘통장’은 현금의 통로, ‘냉장고’는 식비의 통로, ‘빚’은 고정지출의 통로였다. 신용카드와 은행통장을 하나로 줄이고 휴면계좌를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돈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 정리법을 알게 된 그녀는 친구·이웃들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적용 범위를 넓혀갔다. 냉장고를 정리하고 ‘1주일 치 장보기’ 등으로 식재료 낭비를 없앴더니 한 달 식비가 한국돈으로 따져 68만원에서 53만원으로 줄었다. 매월 15만원씩 1년에 180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가장 부담이 큰 주택담보대출은 ‘갈아타기 전략’으로 승부했다. 수입과 신용도에 따른 은행들의 상환 조건을 꼼꼼히 비교했다. 25년간 2억5000만원을 갚는 대출의 고정금리를 절반으로 낮추고 기간도 20년으로 단축했다. 그렇게 해서 줄인 빚이 8000만원이나 됐다.

무심코 내던 보험료도 보장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월 5만원씩, 연간 60만원을 줄였다. 통신비의 부가서비스 중 필요없는 항목을 해지해 연간 50만원을 건졌다. 월 의복 구입비를 줄이고 전기료 계약 조건과 조명등 교체 등 관리비 조정으로 연간 210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남편의 지출 습관을 정리했다는 점이다. 마음이 약한 남편은 툭하면 충동구매를 하거나 가족을 위한 간식거리를 사 오곤 했다. 지나치게 많은 결혼축의금과 부의금으로 속을 썩이기도 했다. 그런 남편과 의논해 지출 방식과 금액을 하나씩 조절했다. 이 과정에서 돈을 정리하는 것이 인생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것과 같다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컨설팅회사를 세운 그녀는 《돈 정리의 마법》으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소비 패턴만 바로잡아도 삶이 바뀐다”고 말한다. 이 같은 성공 사례는 최근 나온 《부자의 돈 공부 빈자의 돈 공부》나 《부자를 만드는 부부의 법칙》 《부의 추월차선》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럽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대하라”고 했다. 돈에 대한 자세가 바뀌면 사고방식도 달라진다. 주부뿐이랴. 돈 관리에 서툰 남편, 사회 초년생, 중년 직장인들에게도 유용한 메시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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