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끈기·결단·도전이 만든 대만의 '두 바퀴 혁신'

입력 2017-10-26 19:26   수정 2017-10-2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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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CEO

리우·여우쯔옌 지음 / 오승윤 옮김 / 오씨이오 / 240쪽 / 1만3500원



[ 박상익 기자 ]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어떤 브랜드가 최고인가’라는 논쟁이 매일 벌어진다. 각자 꼽는 최고의 자전거는 제각각이지만 ‘가격과 성능을 한번에 잡은 브랜드’를 묻는 질문엔 대부분 한 가지 답을 내놓는다. 대만 자전거 회사인 자이언트다.

자이언트는 1000만원이 넘는 경기용뿐만 아니라 30만원대 생활자전거도 품질을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매출 2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자이언트를 세계 1위 자전거 회사로 만든 주인공은 창업자 킹 리우 회장이다. 그는 《자전거 타는 CEO》를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과 함께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1934년 대만 중부 타이중에서 태어난 리우 회장은 30대 중반까지 자전거와 관련 없는 사업을 이것저것 벌였다. 그러다 1969년에 하던 장어 양식 사업이 태풍 때문에 크게 실패했다. 우연한 기회에 자전거 사업에 뛰어든 리우 회장은 사업 초기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납품하는 데만 급급했다. 제품 혁신이나 사업 성장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외국 고객들로부터 품질 불량 항의가 빗발칠 수밖에 없었다.

크게 각성한 그는 자전거 제작 협력업체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통일된 규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년 넘게 고생해 대만 자전거업계는 합의점을 찾았고 리우 회장은 진정한 사업가란 무엇인가 깨닫기 시작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서 독자 브랜드로 사업을 키우던 자이언트는 두 번째 난관에 부딪힌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자 대만의 자전거 생산 기반이 직격탄을 맞았다. 리우 회장은 당시 대만 내 최대 라이벌이었던 메리다 자전거와 손을 잡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2003년 메리다 및 기타 생산업체와 연합체 ‘에이 팀(A-Team)’을 구성했다. 에이 팀은 도요타생산방식(TPS)을 공동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1000만 대에서 400만 대 아래로 주저앉은 대만의 자전거 수출 물량을 6년 만에 회복세로 돌렸다. 사업이 안정세를 지속하자 리우 회장은 누구도 수익이 안 난다며 꺼렸던 대만 공용자전거 사업에 도전했다. 자전거의 뛰어난 품질, 다른 대중교통과의 연계성 덕분에 대만 공공교통을 혁신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리우 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최고경영자(CEO) 토니 로와 함께 지난해 은퇴했다. 그는 “브랜드를 개발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영이 왜 중요한가를 깨달았다”며 “돈을 벌기 위해 사업 하는 것은 인생의 가장 가벼운 목표에 지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뛰어난 기업가는 돈 이상의 것을 바라보며 산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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