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시도"
국감 불참 이어 장외투쟁 검토
이효성 방통위원장 해임안 제출
여야 3당은 "국감 일정대로"
민주 "한국당, 국민 분노 직면"
2野 "국감은 국회의 중요한 의무"
[ 유승호 기자 ]
자유한국당이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강행한 데 반발하며 국정감사 불참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국감이 중단되거나 한국당이 빠진 채 진행되는 상임위가 속출했다. 한국당은 앞으로 남은 국감을 전면 보이콧하고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했다.
방통위가 이날 공석이었던 방문진 이사 두 명을 선임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옛 여당 추천 이사들이 사퇴한 자리에 현 여당 추천 이사들이 임명되면서 방통위원 구성이 현 여당에 유리한 5 대 4 구도로 바뀌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방통위 결정 직후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민주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 시간부터 국감 중단을 각 상임위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국감이 시작되기 전 방통위를 방문해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한다면 공영방송 장악 시도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정 원내대표의 국감 불참 선언 후 국회 12개 상임위에서 진행 중이던 국감이 파행을 빚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방통위의 일방적인 방문진 이사 선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당은 전원 국감을 중단하고자 한다”며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국감장을 나갔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은 국감 불참을 선언하고 빠져나갔다.
대전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의원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정무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도 한국당 없이 오후에 국감을 열었다. 현장 시찰에 참여했던 한국당 의원들도 오후 일정엔 불참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와 EBS 대상 국감은 한국당 의원들이 방통위 항의 방문으로 국감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오전에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 오후 2시 국감 일정을 시작했으나 여야 의원들이 방문진 이사 선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한 시간여 만에 중단됐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과방위 국감에서 “방문진 이사 선임은 원천무효”라며 “정회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국감 일정은 각 당이 합의해 정한 것”이라며 “한국당이 요청한다고 해서 일정을 바꿀 순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27일부터 국감에 전면 불참하고 이 위원장 해임 건의안을 제출키로 했다. 새로 선임된 김경환·이진순 방문진 이사에 대한 임명효력중지 가처분신청도 내기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공영방송 장악 시도의 배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도 문 대통령이 져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꼭두각시, 공영방송 장악 시도의 전위대 노릇을 하는 이 위원장을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은 “국감은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한국당의 국감 거부 결정을 비판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감은 국회가 국민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정쟁을 만들어 보이콧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남은 국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공영방송 정상화는 방송법 개정 논의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지, 이를 이유로 국감에 불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국당의 불참과 관계없이 국감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은 “충분히 오해를 받을 만한 방문진 이사진을 선임한 방통위나, 우리가 한 일이 아니라고 잡아떼는 여당, 그렇다고 국감을 거부하는 제1야당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다”며 “국감은 국회의 중요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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